코로나19의 또다른 공포…대구·경북 기업들 "셧다운이 더 무섭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김남이 기자, 세종=민동훈 기자 2020.02.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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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달-지역감염 새국면]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정문 출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가 출입하는 모든 직원과 방문객의 체온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정문 출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가 출입하는 모든 직원과 방문객의 체온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20일 아침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정문 출입구. 출근하는 임직원들의 체온을 열화상 카메라가 빠짐없이 살핀다.

직원들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없다. 출입구를 지키는 방호 직원은 "발열 증상이 있는 분은 사업장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며 열화상 카메라에서 발열이 의심되는 동료들을 일일이 체온계로 체크했다.

대구광역시에서 이날까지 40명에 달하는 무더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서대구에서 불과 20㎞ 떨어진 구미산단에는 삼성전자 (77,400원 ▲1,100 +1.44%)LG전자 (90,800원 ▲200 +0.22%), LG디스플레이 (10,370원 ▲90 +0.88%), LG이노텍 (213,500원 ▲1,000 +0.47%), SK실리콘 등 24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중에서 대기업 계열사 임직원 수만 3만4000명에 달한다.



직원 상당수가 대구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에 구미산단 사업장이 언제 폐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사업장 직원 중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오면 곧바로 생산라인 폐쇄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해외에서 유입되던 코로나19가 지역사회 감염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단계"라고 밝혔다. 대구·경북지역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일본과 같은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SK하이닉스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에 800여명 자가격리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국내 생산라인의 셧다운(일시정지) 공포는 이미 SK하이닉스의 이천사업장에서 파괴력을 드러냈다. 지난주 입사한 반도체기기 정비 신입사원 287명 중 1명이 대구지역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전날 교육장이 긴급 폐쇄됐다.

SK하이닉스는 함께 교육받았던 286명 신입사원을 모두 자가격리 조치했다. 이 직원 외에 폐렴 증세로 코로나19 감염검사를 받은 또 다른 직원의 동선을 파악해 이날 추가로 500여명의 직원들에게 선제적 자가격리 지침을 내렸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는 먼지 한 톨조차 용납되지 않아 방진복을 입고 근무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방진복을 갈아입는 탈의실이나 생산라인 외부 구역의 상황은 다르다.


일정 규모의 이상의 직원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갈 경우 4조 3교대 근무체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미 중국 현지에선 이런 도미노 사태로 적잖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엔 국내공급 차질 빚나" 車부품 메카 난리에 현대차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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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의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도 초긴장 상태다. 이 지역에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20%가 몰려있다. 대구·경북 자동차 부품업체 근로자만도 5만명이 넘는다. 현대차 (247,000원 ▼3,000 -1.20%)에 직접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만 60개사를 넘는다.

대구·경북 부품업체가 코로나19 사태로 생산라인을 멈추게 되면 국내 완성차 생산라인도 함께 멈출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 부족으로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는 완성차업계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난 18일 31번 확진자의 아들이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으로 확인되면서 현대차에도 한때 비상이 걸렸다.다행히 확진자 아들이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현대차 생산라인이 몰려있는 울산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대차는 정·후문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원들에게 예방수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감염 공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정부 "중국 의존도 낮춰라"…U턴하면 금융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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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도 기업들에겐 걱정거리다. 중국이나 일본 등 특정국가에 의존도가 큰 소재·부품·장비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도 이날 '코로나19 기업애로 해소 및 수출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확대 무역전략조정회의'에서는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기업에 금융지원을 늘리고 한국에 생산시설이나 법인을 직접 설립·투자하는 외국투자기업에는 투자액의 40%까지 현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대책 이면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특정국가에 치우친 무역구조를 두고만 봐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 정부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확장 재정정책을 권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추가 경정예산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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