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에도 못 멈추는 中 반도체공장, 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2.1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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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만 멈춰도 수백억 손실…10일부터 정상가동 앞두고 중국 현지공장 '노심초사'

신종 코로나에도 못 멈추는 中 반도체공장, 왜?


"임시휴업이요? 신종 코로나 사태보다 더 한 일이 터져도 저희 공장은 돌아가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노심초사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중국 현지에서 반도체 공장과 디스플레이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걱정의 차원이 다르다"며 한숨을 내쉰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9일 "최근 현대차 (249,500원 ▼500 -0.20%)를 비롯해 가동중단에 들어간 완성차 생산공장이나 가전공장과 달리 반도체 공장은 한번 멈추면 손실 규모가 천문학적"이라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1분 1초도 공장을 멈춰선 안 된다는 게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한번 멈추면 수백억 손실…재가동도 쉽지 않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정은 먼지 한톨 용납되지 않는 '클린룸'에서 원재료를 나노미터(㎚, 1나노는 10억분의 1m) 수준에서 녹이고 깎아 쌓기를 반복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런 공정이 수백 차례 계속되기 때문에 일단 라인이 멈추면 아무리 잘 보관해도 중간 공정물이 오염될 수 있다.

간혹 정전이나 화재로 반도체 공장이 잠깐 가동 중단되더라도 자재를 대부분 폐기하는 게 이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변전소 이상으로 28분 동안 가동 중단됐을 때 5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해 12월말 화성 반도체 생산라인이 정전사고로 또다시 2분 동안 멈췄을 때도 1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봤다.



가동 중단 후 생산 재개는 더 까다롭다. 수백 개 공정이 원활히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데만 길게는 수일이 걸린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상 수율(투입 원자재 대비 완제품 비율)을 회복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지난해 6월 화재 사고로 가동 중단된 일본 도시바메모리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은 정산 수율에 도달하는데 3개월 가까이 걸렸다.

4조 3교대 근무 대신 비상체제…변수 많아 가동 유지에 총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수입과 해외직구 등의 전체 물량이 약 80% 가량 급감한 가운데 6일 인천본부세관 세관검사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이기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수입과 해외직구 등의 전체 물량이 약 80% 가량 급감한 가운데 6일 인천본부세관 세관검사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이기범 기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장은 이처럼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4조 3교대 근무체제다. 8시간 근무한 뒤 교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중국 지방정부가 신종 코로나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절 연휴를 지난달 30일에서 이달 9일로 연장하면서 중국 현지공장은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과 쑤저우 후공정 공장,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 우시 D램 공장과 충친 낸드플래시 공장이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쑤저우와 둥관, 톈진의 패널·모듈공장 가동률을 평소보다 낮추며 가동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LG디스플레이 (10,320원 ▲40 +0.39%)는 상대적으로 가동중단에 따른 손실이 적은 모듈공장(난징·옌타이)을 일시 가동 중단했다.

인력 운영상황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는 인력과 장비를 어떻게 배치해 공정마다 1분 1초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라며 "비상상황에서 공장을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엄중한 대외비"라고 말했다.

LG·삼성 10일부터 공장 재개…인력복귀가 정상화 최대 변수
신종 코로나에도 못 멈추는 中 반도체공장, 왜?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의 향후 판단과 직원들의 복귀 상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휴가 끝나는 10일부터 직원들이 얼마나 정상 출근하고 물류시스템이 정상화되느냐가 생산라인 재가동의 최대 관건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난징과 옌타이 공장을 예정대로 10일부터 재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최소 인력으로만 돌리던 공장에 10일부터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하고 정상 재개를 위해 지방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마다 10일 이후 인력 복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지금까지 파악하기로는 직원들의 복귀와 공장 가동에 큰 문제가 없지만 만에 하나 벌어질 사태에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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