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바람을 수소로…에너지도 '민주화' 이룬다"

머니투데이 사회=양영권 경제부장, 정리=유영호 권혜민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2020.01.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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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1주년 좌담회]

-"수소, 재생에너지 한계 보완…에너지전환 속 피할 수 없는 흐름"



-"'그들만의 리그' 아닌 모든 국민의 이해 필요…안전성·강점 알려야"

-"그린수소 생산으로 에너지 민주화 가능…지속가능성 높여야"



◆사회: 양영권 머니투데이 경제부장

◆참석자(가나다순)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무


△문일 연세대학교 연구본부장·부총장(한국위험물학회장)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 회장

△유종수 하이넷(수소에너지네트워크) 대표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경제 강국으로의 도약을 선언한지 1년을 맞았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수소자동차와 연료전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자랑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씻고 국민 수용성을 높이는 일은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머니투데이가 14일 서울 서초3동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 사무실에서 전문가 좌담을 열어 수소경제 시대를 앞당기고 글로벌 선두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사회: 전 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무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무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 회장(이하 문 회장)=수소는 미래 친환경 에너지다. 세계 각국은 친환경, 탈탄소화로 나아가고 있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소에너지가 할 수 있다.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등 여러 나라가 수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전체 에너지의 15%를 수소가 담당할 것으로 본다. 에너지산업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우리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무(이하 김 전무)=자동차 부문에선 파리 기후협약 이후 연비와 이산화탄소(CO2) 배출 문제가 중요해졌다. 유럽연합(EU)은 연비 규제를, 미국·중국 등은 판매량의 일정비율을 무공해차로 채워야 하는 의무판매 규제조차 시행 중이다. 수소 확대는 근본적으로 에너지전환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각국이 도저히 피할 수 없게 됐다.

-사회: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평가한다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문 회장=지난해는 수소경제로 나가는 기틀을 마련한 해였다. 전체 시장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고 하지만 성장 속도는 엄청나다. 무엇보다 초기엔 수소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불안하다는 국민 인식이 많았는데 이런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산업 분야에서도 점점 참여가 늘고 있다. 한국 에너지전환의 중요한 모멘텀이 마련됐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이하 홍 총장)=1년 안에 로드맵부터 안전대책까지 빠르고 촘촘하게 정책을 잘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소경제는 보조금 지급이 끝나면 함께 끝난다"는 인식이 많다. 수소폭탄 이야기도 회자된다. 정책적으로는 완벽할 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야만 수소 산업이 성공할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수소가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모든 국민들이 이해해야 한다.

-사회: 수소경제 확산을 위해 민간 참여를 늘릴 방법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유종수 하이넷 사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유종수 하이넷 사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유종수 하이넷(수소에너지네트워크) 대표(이하 유 대표)=사업자의 수익성이 가시화돼야 한다. 수소충전소 용량이 작다보니 사업자가 수익을 얻기 힘든 부분이 있다. 용량을 늘리고 보조금도 확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가 사용하는 수소 가격이다. 수소유통센터 등을 통해 수소 가격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 전무=초기 단계 수소산업을 확산하기 위해선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 분야에서 수소차 보급을 늘려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국내에 아직 대규모 상용차용 충전소가 한 곳도 없다. 현재 민간 사업자가 중앙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민간 보조 사업으로 확대해 민간 참여를 늘려야 한다. CNG(압축천연가스) 버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조금을 줘 버스나 트럭 운영 사업자들이 수익을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 강릉 수소 폭발사고 이후 안전성 우려가 커졌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문일 연세대학교 연구본부장(이하 문 부총장)=지난 사고는 안타깝지만 초창기에 경험이 없었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기술이나 법, 정책도 중요하지만 주민과의 리스크 커뮤니케이션과 이를 위한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이하 최 단장)=수소 안전은 꼼꼼하게 관리하고 점검하는 게 기본이다. 정부는 사고재발을 막기 위해 R&D(연구개발) 관련 수소 시설에 대해 안전조치를 마쳤다. 안전 사각지대였던 연료전지, 수전해 등 저압 부분 안전 기준을 수소법에 담았고 앞으로 세부 내용을 만들어 갈 것이다. 전담기관을 운영해 꾸준히 관리체계를 만들고 충전소의 경우 시공단계에서 안전성 평가 결과를 주민에게 알리는 등 소통도 늘리겠다.

-사회: 수소의 안전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수용성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홍 총장=수소는 '수소폭탄'이라는 인식 탓에 국민들에 덜 알려져 있고 다가가기 힘들다. 지금까지 설명을 10번 했다면 30번으로 늘려야 한다. 충전소 인근 등 특정지역 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에게 알리는 게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부와 업계, 시민단체가 모두 나서 미세먼지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소를 알려야 한다.

-사회: 언제쯤 정부 보조금 없이도 수소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나.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문재도 H2KOREA 회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문재도 H2KOREA 회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문 회장=초기 사업은 경제성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후 물량이 늘어나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면 단가가 떨어져 경제성에 이르는 게 일반적이다. 수소도 마찬가지 궤도로 가고 있다. 얼마나 빨리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자동차 산업은 10만대가 최소 단위다. 최소한 그 때까지는 보조금이 필요하고 이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나가야 한다.

▶최 단장=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선 보조금 외에도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생태계 자체가 건강하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 충전소 국산화율이 40% 정도인데, 공급망이 형성돼 고장나도 빠른 수선이 가능해야 경제성이 높아지고 민간 참여가 늘어난다. 안정적이고 값싼 수소공급도 핵심이다. 효율적 유통망 구축, 다양한 방식의 수소 공급, 궁극적으로 그린수소 생산이 필요하다.

-사회: 수소가 친환경에너지 산업이 되려면 그린수소를 확대해야한다는 의견이 있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문일 연세대학교 연구부총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H2KOREA에서 열린 수소경제로드맵 1주년 관련 지상좌담회. 문일 연세대학교 연구부총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홍 총장=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가 확대되면 수소에 대해 "CO2가 배출된다,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바꾸는 일도 쉬워질 것이다. 이미 태양과 바람은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인식이 잘 돼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재생에너지 3020 정책과 패키지로 그린수소를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최 단장=호주에선 수소 수출을 '햇빛 운송 산업(Sunshine Shipping Industry)'이라고 표현하고 사활을 건다. 한국이 그린수소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생산여건을 갖추고 있어야 향후 수소를 수입할 때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 또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낮에 계통 부하가 발생하는데 이를 수소로 완화할 수 있다. 수소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결국 그린수소를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문 부총장=수소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민주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진 석유를 특정국에서 가져와야 했지만 재생에너지 자원은 우리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선 EU(유럽연합)과 같이 그린수소 인증제도(CertifHy Guarantee of Origin)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수소의 친환경성을 레벨에 따라 인증하는 제도다.

-사회: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법'의 의미는.
▶문 회장=정책의 일관성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수소법 제정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는 법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대화해야 한다. 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대규모 초기 투자와 구체적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할 체계는 다소 부족하다. 앞으로 더 보완해야 한다.

▶최 단장=각국이 수소 분야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법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다른나라에서도 벤치마킹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 제정을 통해 경제주체들에게 단순히 정부의 정책 의지를 떠나 예측가능성을 심어줬다. 또 수소경제 육성과 함께 안전에 가치를 둔 법이다. 안전을 강조하고 체계적 관리를 하겠다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문 부총장=현재 한국은 반도체로 먹고 산다. 10년 전 투자가 지금 결실을 본 셈이다. 수소산업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또 다시 그려 볼 수 있다. 단순히 에너지저장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 연결해 미래를 한국이 이끌어나갈 수 있는 기회다.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투자가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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