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시각장애인 학부모들이 현수막을 들었다. 청와대 앞 집회·시위 단체를 향한 외침이다. 이들은 무분별한 집회 소음으로 소리에 의존해 걷고 배우는 맹학교 학생들이 이동권과 학습권을 침해받는다고 호소했다.
두 달여 전부터 국립서울맹학교 아이들의 등굣길에 날마다 욕설과 노랫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맹학교에서 500m 떨어진 청와대 사랑채 옆 도로를 점거한 단체의 집회소음이다. 보수단체나 진보단체나 마찬가지다. 확성기와 대형 스피커를 동원한 자극적 연설과 합창은 밤낮으로 이어진다.
경찰은 내년 1월 4일부터 청와대 인근 주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곳에 집회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벌써부터 이들은 스피커에 큰 소리를 담아 헌법21조 집회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집회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
집회를 금지한다고 문제가 해결될지 알 순 없다. 이미 지난달 말부터 있었던 경찰의 제한통고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근본 해결책은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다. 촛불시위, 침묵시위, 피켓팅 등 성숙한 시위로도 메시지를 또렷이 전달한 선례가 많다. '착하게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식의 막무가내 집회는 알아듣고 싶은 생각조차 사라지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