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마이너스 금리했더니 부작용만 늘었다 '실험 중단'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이상배 특파원 2019.12.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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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과열, 가계부채 상승 등 부작용 발생

스테판 잉베스 릭스방크 총재. /사진=로이터.스테판 잉베스 릭스방크 총재. /사진=로이터.


스웨덴이 마이너스(-) 금리 실험을 5년여 만에 중단했다. 기대한 경기·물가 회복은 달성하지 못한 가운데 부동산 거품이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쌓이는 등 부작용만 늘었다는 이유이다.
19일(현지시간)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정책금리인 레포금리를 종전 -0.25%에서 0%로 올렸다. 릭스방크는 당분간 제로(0)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2009년 세계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스웨덴은 주요 선진국 중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포기하게 됐다. 물가상승 또는 경기회복 때문이 아니라 가계부채 폭증과 부동산 경기 과열 등 마이너스 금리의 폐단이 컸기 때문이다.



당초 릭스방크는 2015년 2월 물가상승률을 2%대로 올리겠다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발표했다. 물가가 결국 오르면서 같은해 경제성장률은 4.4%를 기록했고, 첫 2년간 물가와 경제가 선순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는 오히려 악화됐다. 5월 2.2%를 기록하던 물가상승률은 10월 1.6%로 하락했다. 경제성장률도 2015년 4.4%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해 1.2%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낮은 금리에 대출이 쉬워지면서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스웨덴의 주택가격지수는 2015년 180점대였지만 이후 급격히 상승하며 2017년 8월 243.37로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현재도 237.04점으로 240점대에 가까운 상황이다. 가계부채도 가계소득의 1.8배를 넘어섰다. 이는 유럽 내 최대치다.

릭스방크는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 경제주체의 행동 양식이 변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예·적금 기피 확산, 좀비 기업 양산, 민간은행과 연금기금의 매출·실적 악화 등이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그러나 금리인상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이같은 부작용에도 계속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스웨덴의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ECB가 금리를 오히려 낮추는 가운데 지금이 금리인상 적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릭스방크는 이에 대해 "최근 가장 호황이었던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최저수준이었던 정책금리를 올린다고 물가 목표치 달성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스웨덴이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금리 정상화를 통해 경기부양책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옥슬리 유럽 이코노미시트는 "스웨덴은 이미 양적완화를 통해 자국 국채의 50%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통화정책의 한계에 도달한 릭스방크가 중앙은행 중 최초로 (통화정책) 실탄이 떨어졌음을 인정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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