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보란 듯 달리는 '벤티'…동지→라이벌 된 두 사람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12.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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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위기 속 '카카오T 벤티' 출시…이재웅-김범수, 모빌리티선 최대 라이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의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김범수 카카오 이사회의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


카카오가 대형승합택시 '카카오T 벤티'(이하 벤티)로 플랫폼택시 시장 선점에 시동을 걸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운수법) 개정안 통과가 유력시되면서 존폐 위기에 빠진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타다'에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택시 사업자와의 협업모델을 내세운 벤티가 '불법' 논란으로 정부·국회와 연일 각을 세우고 있는 타다의 입지를 흔들고 있어서다. 둘다 1세대 벤처 사업가로 2014년 포털 다음과 카카오를 합병하며 통 큰 동지애를 보였던 쏘카(타다 모회사) 이재웅 대표와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모빌리티 시장에선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며 껄끄러운 라이벌로 만났다.

'타다' 대안모델 조기 출시한 카카오, 궁극적인 목표는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11일부터 카카오T 앱에서 11인승 이상 대형택시를 호출하는 벤티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다. 서울 지역에서 100여대 규모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한다. 벤티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호출, 스마트호출, 블루(옛 웨이고 블루)에 이어 4번째로 선보인 택시 서비스다.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타다와 가맹택시 블루처럼 승차거부 없는 '강제배차'와 수급 상황에 따라 요금을 가감하는 '탄력요금제'을 적용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술 지원과 브랜딩을, 택시회사는 차량 운행과 기사 관리를 맡는다. 정부·국회가 택시 모빌리티 상생안으로 제시한 플랫폼택시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사례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벤티가 ICT(정보통신기술) 플랫폼 업체와 택시업계가 상생 협력한 좋은 선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벤티를 앞세워 플랫폼택시 위주로 재편될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노린다. 카카오는 카풀 갈등 국면에서 플랫폼택시라는 해결책을 마련한 장본인이다. 택시업계와 끝없는 대치보단 적절한 타협으로 우선 돌파구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플랫폼택시 사업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택시와 대리운전,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수단과 주차, 내비게이션 등 서비스를 연결한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카카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까지 택시회사 9곳을 인수해 면허 900여개를 확보했다. 플랫폼택시 법적 근거를 명시한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제정되면 독자적인 플랫폼택시 운송 사업이 가능하다. 벤티 성과와 운영 노하우를 적용한 새로운 플랫폼택시를 선보일 수 있다.



모빌리티 다른 길… 이재웅·김범수 인연 '재조명'
현행 타다(타다 베이직) 방식을 위법으로 규정한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국회와 각을 세우고 있는 타다 입장에서 벤티의 조기 출현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11인승 이상 승합차, 앱 호출, 강제배차, 탄력요금제 등으로 운영되는 벤티는 타다와 유사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차이점을 느끼긴 어렵다.

반면 택시와의 협업 모델을 내세워 타다와는 달리 위법 논란에서 자유롭다. 벤티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경우 타다의 시장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무엇보다 이용자 편익 가치를 내걸며 개정안 반대를 외쳤던 이재웅 대표와 타다의 명분이 힘을 잃게 됐다.

카카오처럼 택시 제도 내에서 서비스 혁신을 추구하라는 압박도 강해졌다. 하지만 이미 사업이 진행된 상황이라 카카오와 같은 사업모델로 전환하기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진입 비용이 높아지면서 스타트업들이 주도해왔던 모빌리티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바뀔 것"이란 우려도 이 때문이다.


'타다' 보란 듯 달리는 '벤티'…동지→라이벌 된 두 사람
카카오와 쏘카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이재웅 대표와 카카오의 인연이 재조명받고 있다. 이 대표는 1995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포털 다음)을 창업한 벤처 사업가다. 그는 2007년 다음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스타트업 투자가로 변신했다. 이후 2014년 다음과 카카오 합병을 적극 찬성하며 카카오에 다음 지분을 넘겼다. 당시 이 대표의 통큰 결단은 아직까지도 업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쏘카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포털 다음은 카카오의 급성장 기반이 됐다. 그러나 이제 이 대표가 제2의 전성기를 보내려는 모빌리티 무대에서 자신의 입지를 가장 위협하는 경쟁상대로 카카오와 다시 연을 맺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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