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영을 천명한 만큼 김 전 회장의 흔적은 프랑스, 동유럽 등 각국에 남아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베트남과의 인연이 깊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베트남이 1986년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경제발전을 추진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해외 대기업 총수는 김 전 회장이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사태로 1999년 10월 해외로 도피했다가, 2005년 귀국할 때까지 상당 기간을 베트남에 체류하기도 했다. 당시 베트남 정부가 인터폴에 수배된 김 전 회장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우그룹 연상시키는 베트남 빈그룹
베트남 최대 기업 빈그룹을 이끄는 팜녓브엉 회장. /사진=블룸버그
김우중 회장도 일찌감치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바 있다. 1978년 새한자동차를 인수해 대우자동차를 설립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1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절 대우차 생산능력을 연 200만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후 대우차가 출시한 르망과 에스페로, 로얄 등은 한국의 국민차로 사랑받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유럽과 북미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전기차로 해외 진출 추진
베트남 하이퐁에 있는 빈패스트 자동차 공장. 베트남 최초의 자동차 공장이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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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빈그룹 본사에서 진행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최종 목표는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며 "매우 어려운 길이고, 많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꼭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빈베스트를 인도의 타타자동차, 말레이시아의 프로톤자동차처럼 베트남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빈패스트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당장 베트남 시장에서 도요타, 포드, 현대차 등 외국 브랜드와 경쟁해야 한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업체는 무서운 경쟁상대다. 자국 소비자는 물론 외국 소비자가 베트남제 자동차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아직 알 수 없다.
팜녓브엉은 "세계에서 베트남은 여전히 가난하고, 뒤처진 나라다. 우리는 베트남 제품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베트남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