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불경기에 어떤 기업이 신규직원을 100명 채용한다는 것은 100명 이상의 기존 직원을 내보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성과와 수고에 대한 보상, 축하 화환에 가린 연말 인사철의 이면이다.
대체할 사람이 있으니 떠나야 한다는 논리 앞에 고개 숙이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한때를 주름잡던 '탤런트'들의 퇴장을 보면서 새삼 깨닫는 것은 대체불가능이라는 신화의 허상이다.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은 제 몸을 갈아 숨가쁜 일상을 달려도 제자리 지키기가 버거운 이 세상 모든 앨리스들에 대해 이런 '애사'를 남겼다.
그러니 한참 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려 그를 떠나보내던 자리에서 못한 한마디를 대신하고 싶다. 당신의 삶은 여전히 수고롭고 그 덕에 모두가 따뜻하다고. 그리고 그런 삶이야말로 대체불가능하다고. 그도, 나도 앞으로도 쭉 '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