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리 지느러미’처럼 오염물질 털어내는 기술 개발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12.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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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정훈의·포스텍 이상준 교수팀…능동적 오염 방지 구조 개발

가오리 지느러미 움직임을 이용한 방오기술 모식도/자료=UNIST가오리 지느러미 움직임을 이용한 방오기술 모식도/자료=UNIST


바닷 속 모랫바닥에 사는 가오리는 지느러미를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모래 같은 이물질을 털어낸다. 국내 연구진이 이 모습에 영감을 얻어 물질표면의 오염을 막는 기술을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훈의 교수, 포스텍 이상준 교수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자석에 잘 달라붙는 소재를 이용해 가오리 지느러미를 모방한 ‘움직이는 표면’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 표면을 의료기기나 해양시설, 선박 등에서 액체에 닿는 부분에 적용하면 미생물에 의한 오염을 막을 수 있다.



물질표면에 미생물 같은 오염물이 달라붙지 않도록 막는 ‘방오(防汚, Antifouling) 기술’에는 자연모사기법이 자주 이용된다.

매미 날개의 독특한 표면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미생물을 제거하는 구조를 개발하는 것처럼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효과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에는 주로 생명체 표면을 구성하는 물질의 화학적 특성을 응용하거나 미세구조를 본떴는데, 이 경우 화학물질이 분해되거나 표면이 마모되면 기능을 잃어버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름 형상의 반복적인 변화를 이용하는 기술이 연구됐으나 이 또한 이미 부착된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원천적으로 미생물의 표면 부착을 막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가오리 지느러미를 모사한 움직이는 표면의 구조/사진=UNIST가오리 지느러미를 모사한 움직이는 표면의 구조/사진=UNIST
연구팀은 표면 자체의 특성이 아닌 ‘표면의 움직임’을 모방해 기존 자연모사 방오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가오리 지느러미가 파도타기를 하듯 연속적으로 바뀌며 이물질을 털어내는 모습에서 실마리를 얻어 움직이는 방오 표면을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가오리의 경우 지느러미 모양이 변하면서 그 표면에 소용돌이 흐름인 ‘와류’가 형성된다”며 “와류는 오염물질이 지느러미 표면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지느러미 위에는 와류뿐 아니라 다른 힘도 만들어진다. 표면에 대해 수평방향으로 작용하는 ‘전단응력’이다. 이 힘은 지느러미 표면을 마치 빗자루로 쓸어내듯 훑어서 오염물질의 부착을 막는다.

연구팀은 자석에 반응하는 복합소재로 만들어진 ‘인공근육’으로 가오리 지느러미의 움직임을 구현했다. 자석(자기장)이 이동하면 자석 위에 있는 인공근육이 수축하도록 만든 것이다. 인공근육이 수축하는 깊이와 주기를 조절해 오염물질의 부착을 최소화하는 조건도 찾아냈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된 ‘움직이는 방오 표면’은 박테리아로부터 표면을 효과적으로 보호했다”며 “가오리 지느러미와 마찬가지로 표면에 강력한 와류와 전단응력이 유도되어 박테리아가 달라붙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억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움직임을 이용한 기술은 기존의 움직이지 않는 방오 시스템의 구조 및 성능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오염 방지가 필요한 의료기기나 해양 구조체, 선박 표면 등에 적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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