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인스타그램
크리스는 ‘틈만 나면 야구 방망이로 위협한다’, ‘가정에서 흔히 곰을 키운다’ 등 러시아인에 대한 누리꾼들의 농담에 장단을 맞춰주고, 영화 ‘타짜’ 속 곽철용(김응수)의 대사 “묻고 더블로 가”나 KBS2 ‘VJ 특공대’의 내레이션 “콸콸콸”을 모사한다. 웹 예능에 삽입되는 효과음 ‘두둥탁’을 육성으로 내기도 한다. 그러나 크리스가 ‘한잘알(한국을 잘 아는 사람)’인 것은 단순히 비속어나 온라인상의 유행에 능통해서가 아니다. 그는 누리꾼들이 ‘한국에 우호적인 외국인’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나는 싸이, 강남 스타일, 독도, 김치, 박지성, 김연아를 안다’라는 영문이 새겨진 가방을 소개하다가 한 술 더 떠 “왜 뽀로로는 없냐”라고 능청피우고, “그래, 나 국뽕이야. 나도 국뽕 잘해서 영국남자처럼 될 거야. 김치, 추노, 박지성, BTS, 손흥민 만세”라고 외친다. 또한 ‘천국에 가는 방법’이라며 김밥천국을 소개하고 ‘한국의 유토피아’로 무한리필 갈비집과 코인빨래방을 꼽는다. 그의 콘텐츠는 얼핏 ‘영국남자’, ‘올리버쌤’ 등 한국 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은 유튜브 채널과 유사하게 보인다. 그러나 크리스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한편 애국심을 부리는 한국인을 풍자한다는 점에서 그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크리스는 이런 전략을 통해 ‘동영상 5개로 20일 만에 구독자 14만을 모으는 방법’이라는 그의 영상 제목처럼, 단기간에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를 향한 일부 시선은 크리스가 비꼬곤 하는 내용들에서 나아가지 못한다.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이 성공 원인으로 “아름다운 얼굴”을 첫손에 꼽자 “외모는 평범하다”, “저 정도면 예쁜 거다”, “우크라이나나 베네수엘라에선 평타다” 등 외모 평가가 줄을 이었다. ‘소련여자’를 단순한 ‘기믹(Gimmick, 이목을 끌기 위한 특징적 행위)’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크리스가 그러모아 보여주는 각종 ‘밈(Meme, 모방에 의해 전파되는 문화정보)’과 그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그 자체로 한국이다. 소련여자가 정말로 한국인을 ‘참교육’시키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