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라운드업]'황교안 타임' 종료…8일 간의 단식 리포트

머니투데이 김상준 , 강주헌 기자 2019.11.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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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시간대 별로 되짚어 본 황교안 단식 8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철회를 요구하며 8일 동안 단식을 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9일 단식을 중단했다. 사진은 단식을 시작한 20일부터(사진 왼쪽상단) 27일까지 황 대표의 모습.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철회를 요구하며 8일 동안 단식을 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9일 단식을 중단했다. 사진은 단식을 시작한 20일부터(사진 왼쪽상단) 27일까지 황 대표의 모습.


29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종료를 선언했다. 20일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시작한 단식은 단식 8일째인 27일 황 대표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중단됐다.

'뜬금포 단식'이었다는 비판부터 당 내부와 지지층 결속과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조건부 연장을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까지. 황 대표 단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단식 8일이 '황교안 타임'이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8일 동안 정치 시계는 청와대 앞 단식 텐트를 중심으로 흘렀다.



◇1일차(11월20일): "죽기를 각오하겠다"…전광훈 목사와 만나고 국회로 '퇴근'

황 대표는 20일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3시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서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두달전 삭발을 감행했던 그 장소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철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저지를 요구하면서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단식을 선언한 황 대표는 44분동안 청와대 분수대 앞에 머물렀다. 이후 근처에서 열리고 있는 철야기도회를 찾아 49분을 보냈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가 주최하고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이 주도하는 집회였다.

황 대표는 집회 참여자들 사이로 들어가 함께 기도했다. 이어 황 대표는 연단에 올라 "전광훈 목사 말씀대로 여러분(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모두 수고 많으셨다"며 "제가 할 일을 여러분이 다 하셨다"고 했다.

이후 황 대표는 국회로 자리를 옮겼다. 청와대 앞에서는 경호 상의 이유로 천막 설치가 제한되고 오후 10시 이후에는 집회나 농성도 불가능하다는 청와대 규정 때문이었다.


◇2일차(11월21일): 단식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청와대 '맨바닥'서 최고위


황 대표가 21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전날 무기한 단식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인 이날 회의에서 황 대표는 "정부가 국민을 지켜주지 않고 위기에 빠뜨린다면 제1야당 대표로서 제가 할 일은 여러분과 함께 저항하고 싸우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출근'했다. 단식 첫날밤은 국회에 설치한 천막에서 지샜다. 당초 황 대표는 청와대 앞 밤샘 풍찬노숙을 계획했지만 불발됐다. 황 대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농성을 하고 밤이 되면 국회 천막으로 이동했다.



◇3일차(11월22일): 황교안, 지소미아 연장에도 단식은 계속 "공수처 저지"

정부가 23일 종료될 예정인 지소미아를 22일 조건부 연장했지만 황 대표는 단식을 이어가기로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날 황 대표를 만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며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의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과 만나 "이제 산 하나를 넘어섰다"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저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단식을 (황 대표가)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파국으로 몰아 넣을 뻔 했던 지소미아 파기가 철회돼 다행"이라며 "국가안보를 걱정해주신 국민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4일차(11월23일): 민주당 "이해할수없는 단식"…나경원 "단식 통했다"

23일 단식농성 나흘째에 접어든 황 대표를 향해 더불어민주당이 '명분 없는 단식'이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황 대표의 단식에는 명분이 없다"며 "국민도 관심이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단식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유예가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단식과 미국의 압박 덕이라고 평가했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새벽 5시 방미 후 귀국길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위험한 안보 도박이 그나마 멈춰 선 것은 황 대표의 단식과 미국의 압박이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5일차(11월24일): '단식 5일차'에 자리누운 황교안





단식으로 기력이 쇠약해진 황 대표는 24일 오후 3시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비상 의원총회에서 서있다가 비틀대는 등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대표는 휴식을 위해 의총이 진행되는 중에 자리에서 이석해 농성 천막 안에 누웠다.

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라며 "그래서 고통마저 소중하다"고 밝혔다. 그는 "추위도 허기짐도 여러분께서 모두 덮어주신다. 두렵지 않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6일차(11월25일): 건강 악화된 황교안… 이해찬과 '5분 만남'



황 대표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이날 오전 황 대표를 찾은 정계 인사들은 입을 모아 "(황 대표의) 기력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처음으로 황 대표를 찾았다. 5분 남짓 짧은 대화에서 이 대표는 황 대표에게 단식을 중단하고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황 대표는 당초 단식을 이어가던 천막 바로 옆에 크고 튼튼하게 천막을 새로 짓고 이동해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황 대표는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린다"며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라며 "자유와 민주와 정의가 비로소 살아 숨 쉴 미래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말 사이 비가 오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탓에 황 대표의 건강도 급속도로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황 대표를 찾은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천막 안에서 황 대표와 대화를 나눈 후 기자들과 만나 "상태가 안 좋은데 정신은 아직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 이재오 전 의원 등도 황 대표를 예방해 격려했다.



◇7일차(11월26일): 유승민·손학규 방문 "건강 염려"…누워 맞이한 황교안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황 대표를 만나 "선거법이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해서 막아봐야 한다"며 "국회에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가) 거의 말씀을 잘 못하시고 자꾸 마스크를 벗고 말씀하시려는 것을 (내가) 벗지 마라고 했다. (황 대표가) 고맙다고 그렇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보수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가 기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단식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황 대표가 너무 건강을 해치는 것 같아서 걱정했다"고 밝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황 대표를 방문해 "빨리 일어나서 손잡고 좋은 나라를 같이 만들자고 했다"고 밝혔다.



◇8일차(11월27일): 결국 의식 잃은 황교안 대표, 병원 긴급 이송…한국당 한밤 비상



황 대표는 27일 밤 11시쯤 청와대 앞 단식농성장에서 의식을 잃어 119 구급차로 신촌의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에도 1시간가량 의식을 되찾지 못했지만 이후 의식은 회복했고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황 대표가 의식을 잃은 것은 아내인 최지영 여사가 최초로 발견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가 조용히 계셔서 일상적으로 시간이 지나나보다 했는데 너무 오래 인기척이 없어서 흔들어보니 반응이 없었다"며 "더 세게 흔들어도 반응이 없어서 응급차를 부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후 황 대표의 '단식 텐트'를 방문했다. 하지만 심 대표와 황 대표가 텐트 안에서 대화를 나누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원희룡 제주지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황 대표를 방문해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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