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그러나 많아야 수십 만원 수준의 낮은 과징금으로는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시 위반 행위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전적 제재력을 갖춘 수준으로 과징금을 보다 높일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행령을 통해 최저시가총액을 도입할 수 있다”며 “최저시가총액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징금 산출액의 5분의 1까지 감경할 수 있는 규정 등을 감안할 때 최저시가총액은 약 500억원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 429조에 따르면 5%룰 위반 시 당국은 주권상장법인이 발행한 주식 시가총액의 10만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과징금 최대 한도는 5억원이다.
시총 1000억원인 회사의 대량보유 공시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여기에 위반행위의 중요성, 고의성 등 경중을 따져 과징금이 정해지는데, 5%룰을 위반하는 사례의 대상기업 대부분이 작은 기업들이어서 실제 과징금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9월 열린 회의에서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관련 3개의 안건을 의결했는데, 몇 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과징금이 논란이 됐다.
당시 증선위가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A사에 대한 대량보유 보고의무를 위반한 펀드에 부과한 과징금은 10만원.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등 투자 펀드들이 코넥스시장 상장사인 B사와 C사에 대한 5%룰 위반으로 증선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은 각각 6만2153원과 4만9362원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 증선위원은 “과징금이 이렇게 작으면 증선위와 금융감독원의 권위를 깎는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최고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최저시가총액을 적용해 (과징금을) 10만원 이상으로 하는 방안”이라며 “시행령을 개정하게 되면 바로 규정개정까지 연이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투자업계는 이같은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행령이 아닌 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차위반 과태료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과징금은 제재력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자본시장 공시제도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징금을 시가총액의 10만분의 1 이내로 규정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며 “그동안 문제의식을 갖고 제도 개선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려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