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에서 2조를 챙긴 남자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0.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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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아담 노이만 전 위워크 CEO에 총 17억달러 지불…"컨설팅료 자체만으로 사상 최대 규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한 위워크 오피스. /사진=로이터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한 위워크 오피스. /사진=로이터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 과정에서 아담 노이만 전 위워크 최고경영자(CEO)는 자리에서 물러나며 총 17억달러(약 1조9941억원)를 받게 됐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프트뱅크가 위워크 이사회로부터 '위워크 구제안'을 승인받았다고 전했다. JP모건체이스도 위워크 구제안을 제시했지만 위워크는 소프트뱅크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뱅크는 구제안에서 애덤 노이만 전 위워크 CEO에게 총 17억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경영권 확보를 위해 노이만 전 CEO에게 10억달러 규모의 위워크 주식을 매입하고 향후 4년간 1억8500만달러(약 2170억원)의 컨설팅료를 지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노이만 CEO가 JP모건에서 사업자금으로 빌린 5억달러의 신용공여도 소프트뱅크에서 상환하기로 했다.

노이만 전 CEO가 받게 되는 컨설팅료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는 "그가 회사를 창업했다는 이유로 받는 돈은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노이만은 이전에 자신의 위워크 지분을 몰래 팔아 개인적 부를 축적하는 등 기업가치를 낮추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한 기업에 자문을 해주는 대가로 1억8500만달러를 받는 것은 그 자체로 사상 최대 규모"라며 "전형적인 황금낙하산"이라고 평가했다. 황금낙하산은 인수대상 기업의 이사가 물러나게 될 경우 일반적 퇴직금 외에 거액의 특별 퇴직금을 주는 것으로 기업 인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높여 소프트뱅크가 JP모건과의 인수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데 역할을 했다.



이로써 노이만 전 CEO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에 10억달러의 위워크 지분을 팔면서 그가 가진 지분은 10% 이하로 떨어지게 됐다. 다만 노이만 전 CEO는 의결권이나 발의권 없이 발언권만 있는 '옵서버'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고 나머지 위워크 지분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마르셀로 클라우레 소프트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새로운 위워크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

'제2의 알리바바'라 불리며 엄청난 투자를 받아온 위워크는 결국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소프트뱅크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일부 투자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위워크 투자에 대해 사과하면서 "노이만을 너무 신뢰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워크는 지난 1월 기업공개(IPO) 실패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경영난에 빠졌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위워크의 15년 장기임대계약 지출은 470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임대인들의 평균 임차기간은 15개월에 불과해 고정지출에 비해 매출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위워크에는 '기술기업의 탈을 쓴 임대업자'라는 비난이 따라왔다. 이번 소프트뱅크의 위워크 구제안 합의는 위워크 기업가치를 약 80억달러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IPO를 추진하던 지난 1월 당시 평가된 위워크의 가치 470억달러에서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당시 위워크의 가치가 이만큼 부풀려진 데에는 '소프트뱅크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위워크가 소프트뱅크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2016년에는 중국 최대 호텔체인인 상하이 진장 인터내셔널이 투자를 주도했는데, 이때 평가된 기업가치는 169억달러였다. 그러나 지난해 소프트뱅크가 위워크에 44억달러를 투자하자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두달만에 470억달러로 크게 부풀었다. CNBC는 "노이만은 너무 비현실적인 가격에 너무 많은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팔았다"며 "만약 투자그룹에 소프트뱅크가 끼지 않아서 기업가치가 부풀려지지 않았다면 위워크는 안정적으로 IPO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매체는 "또다시 소프트뱅크의 투자만 믿게 된 위워크가 기업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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