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떨어진다" 줄지 않는 에이치엘비 공매도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10.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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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비 대차·공매도 잔고 증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연말 다가올 수록 공매도 세력에 '불리'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


에이치엘비 (110,100원 ▲500 +0.46%)가 경구용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성공으로 주가가 연일 급등 중이지만 공매도와 공매도 대기 물량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주가가 급등한 만큼 하락 조정 가능성도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매도 세력이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신약의 상용화까지 변수가 남아있어 주가 향방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대주(빌린 주식) 상환 압박이 커지기 때문에 공매도 세력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감소 추세였던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거래량은 최근 다시 급증했다. 지난 15일 이후 공매도 거래량은 1만7000~5만주 사이를 유지했지만 지난 21일에는 10만5605주로 급등했고 22일에는 18만8312주로 더 늘었다.

지난 21일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22일에도 장 중 한때 25%까지 오르는 등 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매도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공매도의 급격한 증가로 한국거래소는 23일 하루동안 에이치엘비를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고 공매도 거래를 금지시켰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되사 차익을 남기는 투자법으로 공매도가 늘었다는 것은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도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다. 최근 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하향 조정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잔고(공매도 한 이후 상환하지 않고 남은 물량)와 공매도 대기 물량인 대차거래 잔고(빌린 주식을 상환하지 않고 남은 물량) 역시 여전히 코스닥 최고 수준이다.

지난 18일 기준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는 514만880주, 공매도 잔고 비중(전체 상장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1%다. 공매도 잔고 기준으로 코스닥 4위, 비중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주가 급등으로 일부 공매도 투자자들이 숏커버(공매도 주식을 상환하기 위해 매수하는 것)에 나서면서 공매도 잔고는 지난달 30일 604만주에서 지난 8일 496만주로 17.8% 감소했지만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차거래 잔고도 지난 22일 1684만주로 전일 대비 2.7% 늘었다. 지난 1일 올해 최고치인 1729만주를 기록한 이후 점차 줄면서 지난 18일 1609만주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2거래일 연속으로 늘었다.

공매도 잔고가 여전히 많은 것은 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공매도 세력이 숏커버 하지 못하고 '물린'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차거래와 공매도 거래 모두 증가세인 것은 언젠가 주가 조정이 올 것이란 예상에 '물타기'(평단가 조정)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지난달 29일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이 성공적이었다는 발표 이후 에이치엘비 주가는 4만6500원(9월27일)에서 18만800원(10월23일)으로 한 달 새 288.8% 급등했다. 투기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서 23일 하루 거래가 일지 중지됐다.

주가 급등 피로감으로 일시적인 조정이 올 수도 있지만 큰 악재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급격한 하락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하지만 리보세라닙이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통과라는 변수가 남아있어 향후 주가 방향을 가늠하긴 어렵다.

공매도 세력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외국인과 개인 중 누가 웃게 될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리미티드,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 등 외국계 투자자들인데, 전체 지분의 80% 이상은 소액주주들이 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는 7만여명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다 보면 공매도로 이익을 낼 수도 있지만 연말이 다가올 수록 부담은 커진다. 통상 연말에는 대차거래 잔고가 급감하는데, 연말 배당이나 주주총회를 위한 주주명부 확정을 앞두고 주식을 빌려줬던 기존 주주들이 주식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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