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덕분" '동성 남편'과 靑 방문한 뉴질랜드 대사

머니투데이 오진영 인턴 2019.10.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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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 행사에 '동성 배우자'와 처음 참석…올들어 외국 공관원 동성배우자 법적 지위 인정

청와대를 방문한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와  동성 배우자인 이케다 히로시. / 사진 = 필립 터너 개인 트위터청와대를 방문한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와 동성 배우자인 이케다 히로시. / 사진 = 필립 터너 개인 트위터


주한 외교관 행사에 처음으로 공식 초청된 '동성 커플'인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58)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일 터너 대사와 그의 동성 배우자 이케다 히로시(59)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66)이 주재한 주한 외교단 초청행사에 함께 참석했다. 터너 대사와 이케다 히로시는 2013년 뉴질랜드가 세계에서 13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자 부부가 됐으며, 이케다 히로시는 일본 성소수자 단체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다.

한국 정부는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지난 2018년 터너 대사가 부임할 당시 이케다 히로시에게도 비자를 발급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처음으로 주한 외국 공관원의 동성 배우자를 법적 배우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터너 대사 부부는 변경된 이번 방침의 첫 번째 수혜자로, 과거 공관원의 동성 배우자들이 가족 비자 발급을 요청해도 거부해 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2007년 부임한 패트릭 리네한 전 주한 미국 대사관 공보참사관(66)은 동성 배우자를 둔 외교관이었으나 그의 동성 배우자였던 일본계 브라질인 에머슨 가네구스케는 한국에서 법적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터너 대사는 지난 2018년 3월 주한 뉴질랜드 대사로 임명되었으며, 주북한 뉴질랜드 대사를 겸임하고 있다. 이전에는 주일본·주벨기에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근무하였으며, 뉴질랜드 대표 낙농업체 '폰테라 협동조합(Fonterra Cooperative Group)'에서 18년간 근무하며 중국 상하이·일본 도쿄·벨기에 브뤼셀 등 다양한 고위직을 역임했다.

트위터에 외교관 참석 행사 사진을 게재한 후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동성 배우자와 참석할 수 있었다"고 언급한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 / 사진 =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 트위터트위터에 외교관 참석 행사 사진을 게재한 후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동성 배우자와 참석할 수 있었다"고 언급한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 / 사진 =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 트위터
터너 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18일 행사에 참석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19일 터너 대사는 개인 트위터에 외교관 행사 사진을 업로드하고 "제 남편인 히로시와 함께 주한 외교관 초청 리셉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을 뵙게 돼 커다란 영광이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것(동성 배우자와 함께 참석하는 일)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터너 대사의 배우자인 이케다 히로시 역시 행사 참석 전 페이스북을 통해 "필립(터너 대사)과 나는 오늘 공식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면서 "이것은 나를 주한 외교관의 동성 배우자로 인정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정책을 바꾼 뒤 열린 첫 공식 행사"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이번 행사를 두고 '한국 정부가 동성혼을 인정할 것'이라는 시각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20일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이번 조치는 외교관의 '면책 특권'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이례적 조치'임을 명확히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동성 연애자가 이로 인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동성 결혼을 합법화 할 생각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성소수자 단체 등에서 항의하자 "군대 내 동성애를 이야기한 것"이라며 '송구스럽다'고 공식사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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