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또 연기…합의안 표결도 못해봤다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0.2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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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전 이행법 제정' 수정안 통과에 합의안 표결 보류…존슨 총리, EU에 브렉시트 3개월 연기 요청해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또 다시 미뤄졌다. 영국 하원이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표결을 보류하면서다.

이에 따라 영국은 EU(유럽연합)에 내년 1월말까지 브렉시트를 3개월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공영 방송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하원은 보수당 출신 무소속 올리버 레트윈 경이 내놓은 수정안을 322표 대 306표로 통과시켰다. 영국 하원이 토요일에 소집된 것은 1982년 4월3일 포클랜드 전쟁 때문에 개회한 이후 37년여 만에 처음이다.



수정안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최근 EU와 마련한 새 합의안을 승인하기에 앞서 브랙시트 이행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수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새 합의안에 대한 찬반 표결은 무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하원이 수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존슨 총리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줬다"고 전했다.



레트윈 경은 존슨 총리의 합의안을 지지한다면서도 31일 시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적인 정책'으로 수정안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날 하원에서 합의안이 승인되더라도 시한 내 이행법이 통과되지 못하거나 상원이 합의안을 거부할 경우 '노딜(합의없는) 브렉시트'가 벌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존슨 총리는 표결 결과를 듣고 "겁먹거나 실망하지 않았다"면서 브렉시트 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 중 수정안이 요구하는 브렉시트 이행법안을 하원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수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존슨 총리는 이른바 '벤 액트(법)'에 따라 EU에 브렉시트를 내년 1월31일까지 3개월 연기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지난달 제정된 '벤 액트'는 이날(19일)까지 브렉시트 안이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의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강제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수정안 통과 후 브렉시트 추가 연장을 EU에 요청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법을 지키지 않으면 감옥에 갈 것"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설령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이 이뤄졌더라도 가결을 낙관할 순 없었다. 앞서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민 코빈 대표는 새 브렉시트 합의안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영국 의회에서 반대 투표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보수당과 연정을 구성 중인 민주연합당(DUP)도 성명을 통해 "현 상황에서 우리는 세관에 대해 제안된 것을 지지할 수 없다"며 "(협상안에는) 부가가치세(VAT)에 관해서도 명확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영국과 EU 27개 회원국 지도자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양측은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간 '하드보더'(엄격한 통관통행)를 막기 위해 북아일랜드에 이중 관세 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북아일랜드를 법적으론 영국 관세영역에 남기되 실질적으론 EU 관세규칙과 절차를 따르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EU 정상들은 브렉시트가 예정대로 이달 31일 이행될 수 있도록 EU 기관들이 조치를 취하도록 할 것이라며 영국과 최대한 가까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집행위원회 상임의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합의안은 EU 단일시장의 통합을 보장하는 동시에 EU와 영국 간 혼란과 갈등을 피할 수 있게 했다"면서 "만약 브렉시트 연기 요청이 있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회원국들과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투스크 의장은 영국의 EU 재가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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