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결기구 전문위원 신설.."국민연금, 전문성 강화vs독립성 흔들"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9.10.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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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11일 기금위 운영 개선 방안 마련, 업무 중복 따른 효율성 저하 우려도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운영 개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0.11/뉴스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운영 개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0.11/뉴스1


정부가 국민연금의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상근 전문위원을 신설해 기금운용 전문성을 강화한다. 업계에선 기금운용 독립성 약화와 전문위원과 기존 위원회 간 업무 중복에 따른 효율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1일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회의를 열어 기금운용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기금위 운영 개선방안을 논의를 거쳐 마련했다고 밝혔다. 방안은 관련 국민연금법 시행령과 규정 등의 개정과 공포절차를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 700조원 수준인 국민연금 기금이 2024년 100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러한 큰 규모의 기금을 원활히 운용해 장기 수익률을 높이려면 기금운용에 대한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방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방안의 주요 골자는 금융·경제·자산운용 등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이 있는 상근 전문위원 3명을 임명해 기금위에 상시 근무토록 하는 것이다. 상근 전문위원은 근로자와 사용자, 지역가입자 등 추천을 통해 1명씩 임명되고 민간인 신분으로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이번에 신설되는 전문위원들은 상시 근무하면서 기금위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기금위의 안건 작성은 물론 투자전략과 성과평가, 위험관리, 주주권활동 등 분야별로 기금운용정책을 사전에 검토하고 검토 결과를 기금위 회의에서 설명하고 논의를 벌인다.

다만,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독립성 우려는 여전하다. 기금위 내 전문위원 신설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기금위에 대한 권한 강화로 이어져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문위원 신설과 관련 "복지부의 과도한 개입력, 집중력으로 더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이렇게 되면 기금위와 위상이 역전되면서 국민연금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에 상당한 혼란이 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현재 국민연금법 시행령 범위 내에서 좀 더 의사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면 독립성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해명했다.


상근 전문위원과 기금위, 분야별 전문위원회 등 기존 위원회 간 업무 중복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 운용체계는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위 산하에 투자정책전문위원회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 등 3개 각 분야 실무위원회를 두고 있다. 상정안건에 대해 각 실무위원회 검토를 토대로 기금위가 최종 의결하는 구조다.

국민연금 위원회 한 민간위원은 "전문위원이 업무가 광범위 한데다 기금위 등 기존 위원회와 비슷한 업무를 맡게 된다"며 "이 때문에 업무 중복이 발생할 수 있어 관련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위원회 업무 중복 등을 사전에 인지하고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벌였다"며 "전문위원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해 업무중복이 발생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방안에선 당초 개선 방안 초안의 기금위 민간위원 자격요건 강화가 제외돼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전문성 강화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 위원 20명 중 14명을 차지하는 민간 위원의 자격요건 강화라는 알맹이가 빠져 기금운용 전문성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격요건 강화에 대해 기금위 위원과 위원 추천 단체 등이 반발한데다 정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취한 게 방안에서 자격요건 강화가 제외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마련된 방안 초안은 기금위 민간위원 자격요건을 금융과 경제, 자산운용, 법률, 사회복지 등 3년 이상 경력자로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업계 전문가는 "당사자인 기금위 위원 등이 자격요건을 강화하면 대표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면서 기금위 자격요건이 제외된 것"이라며 "기금운용 안건의 심의, 의결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민간 위원들에 대한 자격요건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전문성 강화 취지를 살릴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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