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은 퇴직연금을 외부 전문가들이 굴려주는 것을 뜻한다. 자산 배분, 목표 수익률 설정, 자금집행, 위험관리까지 위탁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는 근로복지공단에서 기금제도운용위원회를 구성해 기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은 현재 약 100조원 규모인데,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디폴트옵션 등이 도입되면 이 시장이 현재보다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9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평균 3%대에 불과해 국민연금(4.96%), 사학연금(4.46%)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집중된 탓이다.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해당 자금이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될 경우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은 물론, 주식형 공모펀드 활성화, 나아가 증시도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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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모펀드로 대표되는 간접투자시장은 '수익률 악화→자금 이탈→시장 침체'라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있다. 그러나 퇴직연금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경우 주식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증시가 활기를 되찾고, 투자자들도 다시 간접투자상품을 찾을 수 있다.
단 이 제도는 법률 개정이나 노사 합의가 필요해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운용사 간 경쟁을 통해 양질의 상품을 개발해야 퇴직연금 가입자가 중도 이탈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퇴직연금 자산운용을 하면 '끝'이 좋아야 하는데 '시작'만 좋다는 문제점을 반복하고 있다"며 "디폴트옵션이나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전문가들이 자산배분을 하니까 수익률이 좋아질 것이고 간접투자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초저금리 시대인만큼 다양한 자산 배분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운용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