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AFP.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월가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회사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손 회장에게 심판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보도했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만든 기술 투자 펀드로 1000억달러(120조원)의 투자금을 운용한다. 인간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등의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70억달러를 들인 차량공유업체 우버도 지난 5월 상장 이후 주가가 30% 가까이 하락했으며 기업용 메신저업체인 슬랙도 지난 6월 상장 이후 주가가 40% 넘게 떨어졌다. 27억달러(3조2400억원)를 투자한 한국의 쿠팡을 비롯해 이들 모두 외형은 비대해졌지만 내실을 다지지 못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4227억원, 영업손실 1조970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손 회장의 투자 방식이 이 같은 위기를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NYT는 "소프트뱅크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독을 풀었다"면서 "창업자들이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사업을 더 이상 구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속적인 수익 모델이 없어도 신 기술만 갖췄다면 막대한 돈을 투자받을 수 있어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나서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빌 아우렛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경영대 교수는 "(스타트업들이) 소비자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법을 깨닫기도 전에 수십억달러를 투자 받고 있다"면서 스타트업들의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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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셔머 콜롬비아 경영대 교수도 "(위워크의 사례가) 자본시장이 분별을 찾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비전펀드의 위기가 이어지면서 2차 비전펀드 설립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1차 비전펀드 설립을 주도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 애플은 아직까지 2차 비전펀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