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강경론 대신 극일 자강론…전면전 자제하고 해법찾기

머니투데이 김성휘 ,최경민 기자 2019.08.16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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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지금이라도 대화 나오면 손잡아" 文 대일 메시지 뜯어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끝난 뒤 상설전시관 내 항일무장투쟁 관련 자료가 있는 '나라 되찾기관'을 방문, 만주와 러시아 산간 오지에서 독립 전투를 전개한 무명 독립군을 상징하는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2019.08.15.【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pak7130@newsis.com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끝난 뒤 상설전시관 내 항일무장투쟁 관련 자료가 있는 '나라 되찾기관'을 방문, 만주와 러시아 산간 오지에서 독립 전투를 전개한 무명 독립군을 상징하는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2019.08.15.【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email protected]


올해 광복절 경축식은 극에 달한 한일 갈등 탓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 수위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렸다. 일본의 잇단 경제보복 조치로 강경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문 대통령은 ‘반일 강경론’을 칼집에서 꺼내지 않았다.

대신 경제강국을 건설해 ‘극일’하자는 자강론과 함께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유화 메시지를 일본에 전달했다. 확전과 전면전을 자제하고, 외교적 해법을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엔 “사다리를 걷어차지 말라”고 지적하면서도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동아시아 발전과 협력을 강조하고 한일 관계의 미래상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대화에 응할 경우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뒤처졌던 동아시아는 분업과 협업으로 다시 경제발전을 이뤘다. 세계는 ‘동아시아의 기적’이라고 불렀다”며 “협력해야 함께 발전하고, 발전이 지속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성숙하게 대응하는 것 역시 우리 경제를 지켜내고자 의지를 모으면서도 두 나라 국민들 사이의 우호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수준 높은 국민의식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와 국민 모두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의 의미를 강조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동북아시아 3국인 한국과 일본, 중국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내년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연이어 개최한다. 문 대통령은 이런 릴레이 국제스포츠 행사가 동아시아의 우호와 협력, 공동 번영의 기틀을 다질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임시정부 수립 100년, 우리는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대화와 협력과는 별개로 ‘극일’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며 ‘새 한반도’의 비전으로 책임있는 경제강국,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국가, 남북평화경제를 화두로 제시했다.

분단을 뛰어넘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평화경제 구축을 통해 일본을 넘어서는 경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일본의 과거사 성찰을 요구하는 발언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일본과 안보·경제협력을 지속해 왔다. 일본과 함께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하고자 했고, 역사를 거울삼아 굳건히 손잡자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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