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WTO 제소’ 초읽기… 핵심 쟁점은?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2019.08.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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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국대우·수출물량제한금지 의무 등 위반 가능성… 전문가 "정치적 보복조치 사실 적극 활용해야"

일본 수출규제 ‘WTO 제소’ 초읽기… 핵심 쟁점은?


정부가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승소한다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운 일본 정부 논리를 근본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철회를 요구하는 공식 양자협의 요청서를 보낼 계획이다. 양자협의는 WTO 분쟁해결절차에 관한 양해(DSU) 절차 첫 번째로 사실상 WTO 제소를 의미한다.



시점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 직후로 추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소장을 중간에 수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일본의 법 위반 증거를 최대한 확보한 이후 제소를 해야한다”며 “전략적으로 시기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WTO 규범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5개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통상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먼저 제1조 제1항이다. 자국산 수출품에 대한 대우를 회원국에 똑같이 부여하는 ‘최혜국 대우’ 의무를 명시했는데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이에 반한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제10조 제3항이다. 수출규칙을 ‘일관적이고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한 규정인데 특정 국가(한국)를 대상으로 과도한 수출 절차를 도입하고 수출을 부당하게 지연시킨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허가 등을 통해 수출물량을 금지·제한하지 못하게 한 제11조 제1항도 문제다. 지난달 4일부터 한국으로의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조치가 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GATT 제20조 제(d)항과 제21조 제(b)항을 내세워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정당하다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제20조 제(d)항은 GATT에 합치하는 국내법 준수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 실효성 확보를 위해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통제제도가 일본보다 미흡하거나 일본 법령을 위반했다는 정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제21조 제(b)항은 국가안보 이익을 목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인데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일본 국가안보를 어떻게 저해했는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WTO 제소가 이뤄진다면 GATT 11조 1항 위반을 우선 주장하고 제1조 1항 위반은 예비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일본 정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라에 우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는 발언처럼 이번 조치가 ‘국가 안보’ 목적과 맞지 않다는 것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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