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도발]다음은 웨이퍼 규제 유력…日입맛 따라 반도체 차질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8.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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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선제규제 3종 소재 이어 추가 규제 품목 확대 전망…韓 반도체 견제 포석도

[日, 경제도발]다음은 웨이퍼 규제 유력…日입맛 따라 반도체 차질


일본 정부가 2일 각의에서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명단, 블랙리스트의 반대말)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오는 28일부터 첨단소재·전자·통신·센서 등 1100여개 품목의 국내 수입이 규제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달 4일부터 규제에 들어간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 포토레지스트·고순도 불화수소·폴리이미드처럼 6개월 단위로 개별 수출허가를 신청하고 90일 동안 심사를 받는 절차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선제조치된 3종 소재 외에 실리콘웨이퍼, 이미지센서, 메탈마스크 등이 추가 규제 품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각각 반도체, 스마트폰 카메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핵심소재로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품목이다.

둥근 원판 모양의 웨이퍼의 경우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면 반도체 칩이 되는 기본소재이기 때문에 공급차질이 빚어지면 곧바로 생산차질로 이어지게 된다. 전세계 생산량 중에서 일본업계의 비중이 50% 이상으로 신에츠와 섬코가 각각 27%, 26%로 1, 2위를 달린다. 국내 기업 중에선 SK실트론이 점유율 5위(9%)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웨이퍼 수입 규모는 4억7000만달러(약 5500억원)로 일본산 비중이 39.7%였다. 올 들어 반도체시장이 둔화되면서 웨이퍼 전체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2% 감소했지만 일본산 수입은 12.5% 늘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78,000원 ▲500 +0.65%)SK하이닉스 (173,600원 ▼600 -0.34%)의 일본산 웨이퍼 의존도를 50% 이상으로 본다.

김용석 한국화학연구원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은 "세계 점유율 13%인 독일 실트로닉스와 국내기업인 SK실트론의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수급상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PC 등의 카메라에 쓰이는 이미지센서는 소니의 시장점유율이 51%에 달한다. 삼성전자(17.8%)와 SK하이닉스(2.7%)도 생산하지만 격차가 큰 편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패널로 사용되는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를 제조할 때 핵심 부품인 섀도 마스크(FMM)는 일본 DNP에서 100% 수입 중이다. 특히 섀도 마스크의 경우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한 품목이어서 OLED 패널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OLED 등을 제조하는 포토마스크(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의 원재료)인 블랭크 마스크 역시 일본 호야 제품이 삼성전자 내 비중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추진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극자외선(EUV)용 블랭크 마스크는 호야가 독점 생산한다.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이들 품목의 국내 수입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민감한 물품을 한국으로 수출할 때 까다롭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 입장에선 사용용도와 최종수요지 등을 증빙할 서류와 대량살상무기 등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보내야 한다.

우려되는 점은 일본 정부가 입맛에 따라 수출을 불허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 허가를 받는 데도 기존 포괄허가방식에선 1주일 안에 선적이 가능했던 게 심사에만 90일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수출규제에 들어간 3종 품목도 한달 가까이 한 건도 수출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품목을 긴급하게 수입하려고 할 때 일본이 심사기간을 이유로 시간을 끌 수 있다"며 "그닥 필요없는 품목은 바로 통과시키고 결정적인 품목은 허가를 지연하면 전체 비중에선 지연되는 사례가 적더라도 해당 업체 입장에선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의 경우 올 들어 수요 둔화가 시작되면서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년새 70% 넘게 줄어드는 등 2016년 3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낸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생산품인 D램 고정거래가격(PC용 DDR4 8Gb 기준)은 지난달 평균 2.94달러로 지난해 9월 고점(8.19달러)보다 64.1% 떨어졌다.

업계에선 일본이 지난달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를 선제 규제한 것을 두고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석권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속도를 내는 삼성전자 등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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