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62,100원 ▼900 -1.43%) 임원 중에도 이 부회장의 이 표정에 속아 분위기 파악을 못 했다는 이들의 뒷얘기가 간간이 들린다. 비즈니스맨이라면 꽤나 부러워할 상이다.
7일은 달랐다. 이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반도체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김포국제공항을 찾았을 때 그의 얼굴은 바짝 굳은 표정이었다. 누군가는 자못 무거운 얼굴이었다고 넘길 수 있지만 이 부회장의 평소 표정을 아는 이들 눈에는 그가 느끼는 긴장과 부담, 답답함이 고스란히 잡혔다.
정치인과 기업인은 승부사라는 점에서 닮았지만 이익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크다. 정치인에게 이익은 표가 될 수도 있고 명분이나 원칙, 정당성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인에게 이익은 말 그대로의 실적, 숫자를 떠나 얘기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놓고 보면 한일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얻을 만한 게 있지만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아베 정부가 오는 21일 치르는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벼르고 별렀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다.
우리 정부도 일본과 각을 세울 때마다 만들어지는 국민적 호응과 감정의 배출을 생각하면 선거를 앞둔 시점이 아니더라도 손해만 보는 장사는 아니다.
한중일 동북아 3국 관계에서 늘상 정치에 경제가 흔들리는 까닭이다. 사드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부회장의 표정이 이날 유독 무거웠던 것은 기업인의 이런 운명을 이번에도 예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중관계보다 더 복잡다단한 한일관계에서 사실 기업인이 끼여들 여지는 거의 없다. 그건 우리 기업이나 일본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지난주 삼성이 찾아간 일본 소재업체에서도 이미 나온 얘기다. "사정 알지 않냐."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얘기였다. 평행선을 달리면서도 꼭닮은 한일 우리의 사정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