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펫 헬스케어…대학병원·제약사도 속속 진출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2019.07.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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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고공행진 펫 헬스케어]동물용의약품 시장 5년새 45%↑…병원·제약·바이오벤처등 관련사업 확대

편집자주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펫 헬스케어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건강보험이 없어 의료비 부담이 크지만 소비 여력이 있는 반려인들은 동물 건강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의약품에서부터 의료기기, 병원, 보험까지 산업화와 더불어 시장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펫 헬스케어 시장 현황과 가능성을 살펴봤다.

쑥쑥 크는 펫 헬스케어…대학병원·제약사도 속속 진출


#반려견 세 마리를 키우는 김민선씨(여, 38세)는 지난해 아찔한 경험을 했다.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 중 한 마리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 급하게 찾아간 동물병원은 검사비와 수술비를 다해 10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했다. 사람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상당한 비용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수술을 결정했다. 김씨는 “가족을 살리는 데 1000만원을 아깝겠냐”며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애완동물’은 옛말. 가족의 일원이라는 ‘반려동물’로 지위가 높아지면서 동물들을 둘러싼 펫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1일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과 내수를 통틀어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규모는 1조1273억원으로 최근 5년간 45.6% 증가했다. 내수만 해도 8076억원으로 1년 만에 9.9% 늘었다.

그동안 국내 동물의약품은 중소업체들 위주 제조·생산이 이뤄졌다. 해당 산업이 중소기업고유업종으로 지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 관련 규정이 없어지면서 진입 문턱이 낮아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종전 기업들에 의해 움직였다. 그러나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펫 헬스케어를 둘러싼 기업과 수의대를 중심으로 한 기관들이 시장경쟁에 뛰어들거나 아예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제약사 중 가장 적극적인 큰 곳은 대웅제약이다. 지난해 12월 동물의약품 출시를 위해 특허청에 ‘하트 리트’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대웅제약은 해외 지사를 통해 심장사상충약, 구충제, 영양제 등을 수출을 우선 타진한 뒤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한양행도 시장 진입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2017년 동물 백신을 개발하는 바이오포아에 20억1600만원을 투자해 지분 6.13%를 취득하면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동물의약품이 인체의약품보다 개발기간이 짧고 시장이 확대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벤처기업 지엔티파마는 올 2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반려견 대상 치매치료제 후보물질 ‘AAD-2004’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반려견 치매가 사람에서 나타나는 치매 특징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수의대를 중심으로 대학들은 규모의 경쟁력에 초점을 둔 프리미엄 동물병원 시장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은 2017년 11월 동물병원을 증축했다. 중축된 서울대 동물병원은 지하 1층, 지상 4층에 연면적 5667㎡ 규모로 기존 동물병원보다 3배가량 크다. 내원 반려동물에 센서를 부착해 진료 상황을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기존 병원 건물을 고쳐 동물 전용 응급의료센터도 열었다. 올해 1월부터는 24시간 가동 중이다.

건국대학교 부속동물병원은 2016년 10월 국내 최초로 동물병원 야간 응급진료센터를 열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진료센터는 국내 최초로 응급의학 임상전담교수를 채용하기도 했다.

정병곤 한국동물약품협회 부회장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동물용의약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인체 의약품에서 경쟁력을 키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시장 진입이 보다 수월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병원들은 고급 의료서비스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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