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수면제 넣은 카레 먹인 뒤 흉기 휘둘러 전 남편 살해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7.0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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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죄' 혐의로 구속기소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사진=뉴스1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사진=뉴스1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 1일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과 검찰은 '계획 범행'에 무게를 싣고 범행동기와 과정을 입증하는 데 힘써왔지만 기소 단계에서도 이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피해자인 전 남편 강모씨(36)의 시신도 아직 찾지 못한 상황이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지만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과 시신 훼손 및 유기 등 증거가 속속 확인되며 사건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고유정이 체포된 지 한 달. 사건 전말을 다시 짚어봤다.



◇졸피뎀 구매 후 제주도로…전남편, 5월25일 저녁식사 때 졸피뎀 먹은 것으로 보여

고유정은 5월18일 본인의 차를 갖고 배편으로 제주에 들어갔다. 전 남편을 만나기로 약속한 날(25일)보다 약 일주일 먼저 제주에 들어간 것. 이후 5월22일 CCTV에 포착된 영상에 따르면 고유정은 제주시 한 마트에서 흉기 한 점과 표백제, 고무장갑, 베이킹 파우더, 종량제 봉투 등을 구매했다. 현 남편 A씨(37)와 함께 지인들과 식사도 함께 했다.



사건은 5월25일 발생했다. 고유정과 전 남편 강씨, 그리고 두 사람의 아들(6일)은 이날 오전 제주 한 테마파크에서 만났다. 이후 세 사람은 고유정의 차량에 탑승해 제주 한 무인펜션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날 저녁, 고유정은 강씨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사건 당일 펜션에 도착한 세 사람은 저녁으로 고유정이 준비한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한 매체에 따르면 펜션에 함께 투숙했던 아들은 경찰에 "카레를 먹었다"고 진술했다. 고유정 역시 지난달 1일 경찰에 체포된 이후부터 줄곧 "카레를 끓이고 있는 나를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 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유정이 저녁에 먹은 음식이나 음료에 수면 효과가 빠른 마약성 수면제 '졸피뎀'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당시 사용된 졸피뎀은 고유정이 입도 하루 전인 5월17일 충북 청원군의 한 병원·약국에서 처방받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보통 체격의 여성인 고유정이 20cm 더 큰 전 남편을 홀로 어떻게 제압한 뒤 범행을 저질렀는지 의문이 제기돼 왔다. 알려진 바와 같이 고유정의 키는 160cm, 몸무게 50kg가량. 전 남편 강씨는 키 180cm에 몸무게 80kg으로 건장한 체격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고유정이 수면제를 복용한 반수면 상태의 강씨를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공격해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혈흔형태 분석 전문가를 투입해 분석한 결과 피해자 혈흔이 벽면에서 많이 발견됐다"면서 "고유정이 펜션 내 다른 장소에서 3회 이상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범행 현장 깨끗이 정리한 고유정, 시신 훼손 후 현 남편과 태연히 데이트까지

범행 이튿날인 5월26일, 고유정은 미리 준비한 도구를 이용해 거의 하루에 걸쳐 전 남편의 시신을 훼손하고 펜션 내부를 깨끗하게 정리하며 혈흔을 지웠다.

5월27일엔 훼손한 시신을 종이상자와 스티로폼 상자 등에 담아 퇴실했다. 이날 오후 4시50분쯤 전 남편 강씨의 휴대폰으로 자신에게 '내가 그런 행동을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전송했다. 이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고유정은 5월28일 다시 마트를 찾았다. 그는 제주시 한 대형마트에서 비닐장갑과 종량제봉투 30개, 여행용 가방 등을 구입해 시신 일부를 나눠 담았다. 같은 날 오후 8시30분 고유정은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떠났다. 배에 오른 뒤 약 1시간 후인 밤 9시30분쯤 고유정이 약 7분간 시신 일부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비닐봉지를 바다에 버리는 모습이 선박 CCTV에 포착됐다.

고유정은 완도항 해상 인근에도 시신 일부를 버렸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이를 허위 진술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CCTV에서 관련 모습이 포착되지 않아서다. 그는 배를 타고 가는 도중에 인터넷으로 목공용 전기톱을 주문해 김포 집으로 배달시키기도 했다.

5월29일, 고유정은 경기도 김포시 아버지 소유의 아파트로 향해 남은 시신을 훼손했다. 훼손된 시신은 근처 쓰레기장 등에 유기했다.

고유정은 5월31일 주거지인 충북 청주시로 이동했다. 경찰은 고유정이 이날 오전 3시까지 김포에서 강씨의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정의 현 남편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저녁 고유정과 외식하고 노래방에 가는 등 데이트를 즐겼다고 전했다.

A씨는 "고유정이 손을 다쳐 오후에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를 받게 했다. 외식도 하고 노래방에 같이 갔다. 그날 고유정은 지인과 밝은 모습으로 통화하기도 했다"며 "다음날 경찰이 고유정을 긴급 체포할 때 모든 게 다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6월1일, 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해 최소 3곳 이상에 유기한 혐의로 청주시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프로파일러 투입 결과 고유정이 전 남편과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남편과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극심한 불안을 느꼈고 이 때문에 범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지검은 고유정을 '살인 및 사체손괴·은닉죄' 혐의로 지난 1일 구속기소했다. 충북 경찰은 고유정의 의붓아들 B군(4)이 의문사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B군은 지난 3월2일 충북 청주의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고유정은 B군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 남편 A씨는 지난달 13일 고유정을 의붓아들 살인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제주지방검찰청에 접수한 고소장에는 고유정이 B군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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