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CEO? Yes, 전원영 티지 대표

머니투데이 중기협력팀 배병욱 기자 2019.06.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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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영 티지 대표, "다시 하고 싶진 않지만, 결국 또 CEO가 돼 있을 것"

전원영 티지 대표/사진제공=티지전원영 티지 대표/사진제공=티지


Q :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
A : Yes(전원영 티지 대표)

"대박은 없다. 절대로..."

전원영 티지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던지는 일성이다. 전 대표는 "우리는 가끔 대박 소식을 접한다"면서 "결과만 알려져서 그렇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대박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건 없죠. 노력하고, 참고, 이겨내고,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작은 것들이 이뤄져요. 이걸 끊임없이 반복해야 좀 더 큰 꿈을 꿀 자격이 있죠."

'다시 태어나도 CEO의 삶을 택할 것인가'란 질문에 전 대표는 "CEO를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결국 또 CEO가 돼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내 일'에 미치다 보면 다른 이의 뜻을 따르는 게 힘들지 않을까요."

"CEO는 피로도가 높아요. 급여, 법적 문제 등 책임질 일이 너무 많아서죠. 가끔은 전문 기술자가 부러워요. 그런 일을 하고 싶기도 하고요. 때때로 좀 편히 쉴 수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CEO가 되다

내 생각: 이 시스템은 고객들에게 반드시 필요해.
고객(대부분) 생각: 그거 필요 없다.
일부 사업가 생각: 그거 사업성은 있을 거 같다.(말만 그리 하고 실제론 아무도 이걸로 사업화하지는 않음)

이 경우 '나'는 이 사업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만약 뛰어든다면 하나는 각오해야 한다. '영업이 무진장 어려울 것이다.' 고객 대다수가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전 대표에게 용기가 필요했던 이유다. 전 대표는 창업 전 IT 컨설팅 회사에 다녔다. 현장을 누빌 때면 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관과 기업들은 IT 시스템을 이렇게밖에 관리할 수 없을까.'

당시 모두가 이랬다. 업무 성격에 따라 하드웨어(HW)나 소프트웨어(SW) 등이 필요할 때 부서마다 그때그때 예산을 편성, 이를 구축한다. 몇 년 흐른다. 담당자가 바뀐다. 관련 업무도 지속하지 않는다. 해당 HW와 SW는 서서히 유물이 된다. 기가 찬 건, 이걸 유지·보수까지 한다는 점이다.

비효율 그 자체다. 이런 일은 다반사였다. 왜 그럴까. 이유는 하나다. 'IT'란 녀석. 되게 어렵다. 설치해 놓고도 본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당최 알 길이 없다. 전 대표는 결심했다.

'IT 관련 모든 자원과 데이터를 표준화하자. 이를 토대로 통합 관리가 가능토록 하자. 그럼 고객(기관·기업)들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린다. 추후 시스템의 연계·통합도 쉬워진다. 결국 고객들은 IT를 체계적으로, 좀 더 쉽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IT 거버넌스'다. 전 대표는 2010년 8월 IT 거버넌스 전문기업 티지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기관·기업 내 IT 거버넌스는 전무했다. 찾아가도 다들 "필요 없다"고 했다. 어렵사리 한 고객, 한 고객 늘려왔다.

최근 티지는 글로벌 전자정부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보츠나와 정부엔 IT 거버넌스를 이미 구축했다. 베트남 정부엔 구축 후 시험 가동 중이다. 케냐 정부에서도 수주를 받아 놓은 상태다. 요르단에선 교육과 컨설팅을 마쳤다.

티지는 곧 만 9년 차를 맞는다. 매출액은 크지 않지만 IT 거버넌스 분야 국내 리딩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임직원도 어느덧 70명.

전 대표는 CEO로서 가장 힘든 점에 대해 '직원 급여 문제'를 꼽았다. 그는 "수익이 해마다 늘 수는 없다"면서 "이 때문에 직원 급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했다.

◇중기청원

조달 관련 제도를 잘 만들어 주길 바란다. 현재 조달청 입찰은 기술점수 90점, 가격점수 10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이 최저 가격으로 입찰한다. 조달청 입찰에선 업체 간 기술점수의 차이가 1~2점 수준이어서 최저 가격을 쓰면 낙찰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가격이 낙찰의 결정적 요인이 되는 셈이다.

다 죽는다. 기술보다 돈 있는 기업이 승리하는 구조다. 가격 경쟁은 없어져야 한다. 기술로 승부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가격점수 10점을 5점으로 낮춰 달라. 그래야 실력 있는 작은 기업들도 입찰에서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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