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주먹을 불끈 쥔 봉준호 감독. /칸=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한국영화 100년’ 역사에 귀중한 이정표 하나가 세워졌다.
경쟁 부분 초청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수상의 기회도 적다는 것이 지금까지 국제 영화제가 보여준 관례였다. 김기덕과 이창동 같은 감독들은 국제 영화제 인연도 그만큼 깊었다.
실제 그가 2006년 ‘괴물’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으로 초청되거나 2009년 ‘도쿄!’와 ‘마더’로 ‘주목할만한 시선’으로 초청될 때 ‘경쟁’ 부문이 아니어도 심사위원 및 평론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빠르게 번질 정도로 화제였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터질 게 터졌다’는 게 중론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봉 감독은 칸 ‘경쟁’ 부문에 두 번밖에 출전하지 않은 후발주자”라며 “그럼에도 갈 때마다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감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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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칸영화제가 지난 몇 년간 보여준 선호 주제와 장르가 봉 감독 작품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족과 신자유주의가 그것.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레즈비언 소재를 다룬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이후 칸은 가족주의 테마로 옮겨가는 경향이 컸다”며 “이와 함께 양극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신자유주의 비판 주제도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그런 면에서 칸영화제와 가장 부합하는 주제였다.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 사이의 자본 문제, 가난한 이들이 지닌 ‘따뜻한 가족애’가 재미와 감동으로 엮였다는 것이다.
전 평론가는 “봉 감독은 작은 가족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보기 드문 재주를 지닌 감독”이라며 “‘기생충’은 사회적 문제의식을 장르와 결합해 종합적으로 평가받은 측면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