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남서부에 위치한 차고스 제도. /사진=로이터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유엔 총회는 이날 영국령 차고스 제도를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에 즉각 반환토록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지만 서방 국가 등이 제국주의 시절 획득한 식민 영토의 반환에 대해 정당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국제사법재판소(ICJ)도 영국의 이 같은 조치가 식민지 독립 시 영토 분할을 금지한 유엔 결의안 1524호를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식민지배를 하던 당시 사들인 영토는 거래에 강제성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독립 시 완전히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가르시아 미군기지 내 연료탱크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차고스 제도 위치(빨간색 표시 부분) /사진=구글지도
표결을 앞두고 영국과 미국은 모든 유엔 사절단에 서한을 보내 "차고스 제도는 영국과 모리셔스 양자 간 풀어야 할 문제"라며 결의안에 반대하거나 기권할 것을 촉구했다. 가디언은 "이번 유엔 표결에서 영국과 미국이 외교적으로 완패했다"면서 "양국은 이번 표결을 위해 치열한 로비를 벌여왔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처럼 '찬성표 줄이기'에 애썼던 이유는 차고스 제도의 가장 큰 섬인 디에고가르시아에 미군기지가 있기 때문이다. 디에고가르시아 미군기지는 미 본토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진격할 때 전투비행기들이 거쳐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시설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들을 심문하는 '블랙 사이트'로도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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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966년 영국은 미국과 비밀 협정을 맺고 미국이 디에고가르시아 섬을 50년간 빌려 사용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영국은 미국에 지난 2016년까지 기지 조차권을 줬고, 이는 2036년까지 다시 연장된 상태다.
차고스 제도 디에고가르시아 미군기지 건설을 위해 쫓겨난 원주민들이 고향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쿠마르 저그-나우스 모리셔스 총리는 이날 총회에서 차고스 제도의 주민 강제이주는 반인도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모리셔스가 다시 차고스 제도를 돌려받는다 해도 국제법에 따라 미군기지가 계속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면서 "차고스 제도의 반환이 미국에도 더 높은 법적 확실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