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대기업 4년만에 마이너스 성장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5.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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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기업 반토막 이익에 매출까지 역주행…"부채비율 9년래 최고" 저성장 경기침체 민낯 드러나

'-4.5%'…대기업 4년만에 마이너스 성장


대기업 1분기 매출이 역주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면서 저성장 경기침체 기조가 짙어졌다는 분석이다.

22일 머니투데이가 올 1분기 매출 상위 10대 기업(금융사·지주사 제외)을 분석한 결과 합계 매출이 162조101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69조6578억원)보다 4.5% 감소했다.

◇10대 기업 매출, 4년 만에 역성장…반도체·화학 부진= 반도체 경기 둔화로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 SK하이닉스 (173,200원 ▼400 -0.23%)의 1분기 반토막 영업이익이 현실화한 가운데 성장성 지표로 통하는 매출 증가율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10대 기업 매출은 2016년부터 줄곧 성장세를 보이다 올 들어 4년 만에 방향을 틀었다. 매년 1분기 매출 증가율은 △2016년 2.8% △2017년 8.5% △2018년 8.3%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이 올 1분기 각각 13.5%, 22.3% 줄었고 삼성물산 (146,000원 ▼100 -0.07%)(-1.6%), LG전자 (92,400원 ▲900 +0.98%)(-1.4%), 기아차(-0.9%)도 매출 역주행을 기록했다.



10대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은 1분기에 51.9% 줄었다. 현대차(21.1%)와 기아차(94.4%)가 신차 효과를 발판으로 영업이익을 늘리는데 성공했지만 삼성전자(-60.2%), SK하이닉스(-68.7%), LG화학 (403,500원 ▼1,500 -0.37%)(-57.7%), SK이노베이션 (109,600원 ▲600 +0.55%)(-53.5) 등이 크게 부진했다.

수익성도 뒷걸음질쳤다. 올 1분기 10대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6%로 최근 6년간 1분기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률(15.1%)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미중 무역전쟁, 경기침체가 복합 작용=대기업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여건 악화와 경기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4.5%'…대기업 4년만에 마이너스 성장

특히 수출 감소로 올 1분기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6년 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4월에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지난 2, 3월에는 수출뿐 아니라 수입까지 급감하면서 본격적인 불황형 흑자 국면에 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 환경이 나빠지고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 가운데 반도체, 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이 어려워지면서 경상수지와 상품수지 흑자 추이가 꺾였다"며 "경기침체로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경기침체가 적자를 막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채비율 170%로 상승…위험 수준인 200%에 근접= 이런 상황에서 기업 부채비율이 상승해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0대 기업의 1분기 평균 부채비율은 66.8%로 1년 전(63.8%)보다 3%포인트 올랐다.

범위를 넓혀 금융사를 제외하고 공모채권을 발행한 12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분기 부채비율이 170%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기업은 그나마 양호하지만 중견·중소기업의 곳간 사정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위험 수준으로 간주된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150% 수준이던 상장사 부채비율이 올 1분기 들어 급격하게 상승했다"며 "추이를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반도체산업을 비롯해 주력산업이 대부분 2분기에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경기를 끌어올리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 늦기 전에 기업 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선명하고 일관된 신호를 주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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