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무역분쟁 이중고…살얼음판 증시 돌파구는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9.05.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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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분기 ‘어닝쇼크’ 이후…]③PBR 0.89배로 매우 낮지만 PER은 높아…변동성 커져 대응 어려워…단기 하락 우려 큰 상황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재발하며 증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해 벨류에이션 부담이 큰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의 대응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코스피 시장의 기존 12개월 추정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9배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직전 저점은 올해 연초에 기록했던 0.85배인데 당시에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긴축과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지속되던 때였다. 오태동 연구원은 "이를 감안하면 현재 주식시장은 이미 과매도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실적 부진으로 인해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0.7배로 낮지 않다. 여기에 미중 무역 협상이 예측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더 하락할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대응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추가 관세 인상은 협상의 카드일 확률이 높지만, 지난해 실제 미국이 중국산 물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경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며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경기 침체 공포 확산,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위축, 물가 상승 우려 확대로 주식시장 급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6개월 전에는 연준의 금리인상에서 시작해 경기 침체를 의식한 주식시장의 고평가가 증시 하락의 원인이었다면, 이번에는 미중 무역협상 결렬에서 시작해 경기 침체가 앞당겨질 것이란 공포가 지배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의 기초 체력은 상당히 허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큰 상황이지만 증권업계에는 저점 매수가 유효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날 계획이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며 "미국 연준 역시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작년과 같은 시장 급락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어떤 업종이 투자 대상으로 적합할까. 전문가들은 수출주나 경기 민감주 비중을 줄이고 배당주와 안전성이 높은 내수주, 경기방어주의 비중을 늘릴 것을 조언했다.


허재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관세 인상에 따른 피해는 통신장비, 컴퓨터, 자동차, 화학, 철강 등 품목들로 기본적으로 수출과 경기 관련 종목들"이라며 "추가 하락 위험은 높지 않지만 배당수익률이 높은 내수, 서비스 산업 등 방어적 형태의 대응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통신장비는 국내 업체와 경합도가 높은 부분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가 국내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으로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통신장비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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