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특례상장은 현재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도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성장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평가 기관의 기술성평가를 거쳐 상장하는 기술특례, 지난해 카페24가 처음으로 활용한 테슬라(이익미실현)요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는 기술특례를 통해 역대 가장 많은 19개 회사가 상장했다. 또 카페24가 첫 테슬라요건, 셀리버리가 첫 성장성특례를 통해 상장에 성공하면서 총 21개 기업이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회사 70개 중 30%에 해당한다. 바이오뿐 아니라 진단, 헬스케어, 로봇, 종묘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특례상장을 활용했다.
특례 요건의 다양성도 눈에 띈다. 지난해 처음으로 테슬라요건과 성장성특례를 통한 상장 기업이 등장한 데 이어 최근 언어 번역 및 데이터 회사 플리토와 유아동 IP(지적재산권) 콘텐츠 기업 캐리소프트가 사업모델기반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로봇 기술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 바이오 회사 올리패스는 성장성특례 요건을 통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올해 제2의 테슬라 상장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정부 차원의 혁신성장을 위한 벤처기업 육성 기조에 따른 특례상장 확대 흐름도 감지된다. 정책자금 투입, 민간 투자시장의 공격적 행보에 따라 공모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수요가 확대될 경우 IPO 시장의 역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 차원에서도 성장성을 갖춘 벤처기업의 IPO를 독려할 계획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는 세계 주식시장의 흐름과도 통한다. 최근 미국 나스닥에서도 바이오 기업을 필두로 창업한 지 오래되지 않은 초기 단계 기업의 증시 입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선 '중국판 나스닥'이라고 불리는 적자 중소·벤처기업도 상장할 수 있는 별도의 주식 거래소가 개장을 앞두고 있다.
반면 특례상장은 적자 기업의 증시 입성을 의미하는 만큼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공모 과정에서 미래 가능성과 잠재력을 앞세워 현재 가치를 책정 및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 상장 이후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특례상장한 기업 중 3개는 종가 기준으로 한 번도 공모가에 도달하지 못하고 투자자에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부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혁신성장지원부장은 "최근 바이오뿐 아니라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IT 등 다양한 분야의 성장 기업이 IPO를 통한 자금 조달에 활발하게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특례상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혁신성장을 위해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고자 하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 따른 현상으로, 코스닥에서도 특례상장 기업의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