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中 범죄자 송환은 美 안보 침해"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5.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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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자문기구 "中 정치적 목적에 따라 악용되면 홍콩 국제항구도시 명성 잃을 것"

홍콩의 국회격인 입법위원회 건물에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의원들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붙어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 개정안 통과 반대를 위해 노란 우산을 들고 입법위원회 앞에 모여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홍콩의 국회격인 입법위원회 건물에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의원들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붙어 있다. 홍콩 시민들은 이 개정안 통과 반대를 위해 노란 우산을 들고 입법위원회 앞에 모여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중국 정부에 다른 나라 기업인이나 해군이 임의로 억류, 체포된다면 경제, 군사 중심의 국제항구도시였던 홍콩의 명성은 떨어질 것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위원회(USCC)'는 7일 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홍콩은 오는 7월 중 홍콩 거주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로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1997년 영국이 중국에 반환한 홍콩은 특별행정구로서 2047년까지 사법자율권이 보장돼 있다. 홍콩은 중국 반환 20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중국 본토와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실제 지난해 홍콩 거주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했지만 관련법 미비로 용의자를 대만에 넘겨주지 못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홍콩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관할로 범죄 용의자를 넘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홍콩 안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말 홍콩 시내에서는 주최측 추산 13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개정안 추진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USCC 보고서는 홍콩 내부의 광범위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입법을 관철하려는 홍콩 정부의 움직임을 강조하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홍콩 정책법의 핵심 조항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1992년 제정된 미국-홍콩 정책법에 따라 미국은 중국과 구별되는 독립체로서 홍콩과 무역, 경제 관계를 맺도록 돼있다. USCC 보고서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이 "중국 정부의 정치적 강요에 대한 민감성을 증가시키고 홍콩의 자치권을 잠식시킨다"며 "홍콩이 미국과 맺은 조약을 계속 이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미국-홍콩 정책법 조항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홍콩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 내정에 속한다"며 "다른 나라의 간섭은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홍콩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등 재계에서도 개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개정안 통과까지 논란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홍콩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 3월 홍콩 공안당국에 공개서한을 보내 "관련법이 통과돼 홍콩에 거주하거나 홍콩 공항에서 환승하는 외국 기업인들이 체포돼 중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진다면 세계적 무역·금융 중심지라는 홍콩의 명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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