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판단은 특정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그 법률의 효력을 갑자기 중지시킬 경우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효력을 유지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사실상 위헌 결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헌재는 2020년 12월31일 이전까지만 현행 낙태죄 조항들을 계속 적용시키기로 했다.
대부분의 법조계 인사들은 법원이 진행중인 낙태죄 기소 사건들에 대해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선고를 미루거나, 공소 기각(소송조건에 결격사유가 있다고 보고 심리 없이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에 따른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항 자체의 위헌성이 입증됐다는 판단에서다.
한 현직 판사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판사들 사이에서도 '법안 개정 전까지 낙태죄 사건 판결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나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국회가 2020년 12월31일까지 낙태죄 개정 규정을 입법하지 않는 경우엔 사정이 달라진다. 국회의 개선 입법이 없으면 2021년 1월 1일부터는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잃는다. 말 그대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법원은 무죄 판단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해당 시점에 입법 가능성이 높을 경우 법원은 선고를 내리지 않고 상당기간 동안 추가적인 입법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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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국회가 신속하게 개정 입법을 추진하되,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충실히 반영한 법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한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 부위원장은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는 낙태한 여성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형벌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낙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위원장은 "낙태는 더이상 범죄가 아닌 규제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입법 과정에서의 논의에서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심이 아닌 여성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