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풀린 트럼프? 욕하던 할리 감싸며 "EU 보복"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04.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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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데이비슨, 관세로 힘들게 싸운다"
EU와 무역협상 염두 두고 엄포 놓은 듯
업체는 순익 26.7%↓ 1분기 실적 발표
존 올린 CFO "연내 태국서 대부분 생산"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관세로 인해 자국 기업 할리데이비슨이 힘들어한다면서 보복 의사를 내비쳤다. 이는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나온 반응이다. 미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 업체에 대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배신감을 드러내며 맹비난한 바 있다.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할리데이비슨이 31%에 달하는 EU의 관세로 힘겨운 싸움을 해왔다"면서 "2021년 66%(실제로는 56%임)로 오르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장을 해외로 옮겨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화답하겠다"며 관세 보복 엄포로 글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4월 미국이 유럽의 철강,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EU는 6월 미국산 오토바이, 청바지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8월에는 미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는 중국 역시 관세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제조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에는 유럽서는 6%→31%, 중국서는 30%→55%로 상향된 관세가 붙는다.

EU에 대한 보복 관세 가능성을 내비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3일 트위터 글.EU에 대한 보복 관세 가능성을 내비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3일 트위터 글.
관세로 타격을 입자 당시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위스콘신에서 만들던 유럽 수출용 오토바이를 해외에서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를 수차례 비난했다. 백악관에서는 "대통령이 배신감을 느꼈다"는 얘기도 나왔고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할리데이비슨 보이콧 운동도 일어났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할리데이비슨을 감싸듯 하며 EU를 공격한 것은 다가올 무역협상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에 대한 관세 위협 뒤 양측은 협상을 하기로 했지만 그동안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5일 미국과의 무역협상 재개를 결정했다.

한편 이날 할리데이비슨은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부진하지만 예상보다는 좋은 결과였다.


업체는 올해 들어 3월까지 매출이 11억9000만달러(1조360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3% 줄었고, 순이익은 1억2790만달러(1470억원)로 26.7% 감소했다. 주당 조정순이익은 98센트로 시장전문가들의 예상치 65센트보다는 많다.

매트 레바티치 할리데이비슨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실적 발표 자리에서 지난 분기 EU와 중국의 보복관세로 인해 2100만달러(241억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밝히고, 유럽 내 시장점유율이 지난 1년 1.6%포인트 줄어 8.8%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존 올린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연말쯤에는 대부분의 제품이 (지난해 문을 연) 태국 공장에서 만들어져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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