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산은)은 15일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포함된 수정 자구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통매각·드래그얼롱' 조기매각 성사 장치=수정 자구계획에서 금호그룹은 "구주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조건으로는 △자회사 별도 매각은 금지하되 인수자 요청 시 별도 협의하고 △구주에 대한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도요청권)' 권리와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확보 등을 포함했다. 이는 아시아나 매각의 조기 성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본체 매각의 확정 이전에는 금호그룹이 손대지 못하도록 한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다만 인수자 협의를 전제로 별도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아시아나IDT 지배를 받는 금호리조트, 금호고속 관련 회사 등 항공사 운영과 관련 없는 회사들이 매각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구주 드래그얼롱 조항은 매각의 주도권을 채권단이 쥐기 위한 목적이다. 드래그얼롱은 소수 지분 투자자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때 1대 주주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만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진통이 생긴다 해도 채권단은 자구계획을 바탕으로 지원된 자금을 활용해 지분을 취득할 수 있고, 이후 금호그룹 의사와 상관없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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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매각 발목" 전력 의식한 채권단=금호그룹은 채권단의 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기존 자구계획에서 언급했던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금호타이어 관련 기존 담보 지분 42.7%, 미담보 지분 4.8%)에 더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33.5%)도 새롭게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금호그룹이 매각 차질을 이유로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을 대비한 장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은 과거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제기한 우선매수청구권, 상표권 문제 등으로 발목 잡힌 경험이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선 금호그룹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하고, 조기 매각이 가능하도록 2중 3중의 장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금호그룹은 'M&A 종결까지 현 한창수 대표이사가 아시아나항공을 경영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매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평가다. 아울러 이전 자구계획에 담겼던 '박 전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재(비수익성 자산)를 축소하고 비수익 노선 정리와 인력 생산성 제고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금호그룹 "매각이 시장 신뢰회복 방법…채권단 이견 없을듯=금호그룹은 이날 이사회 직후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것이 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에게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이라 결정했다"며 매각 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호그룹은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적법한 매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은도 이날 오후 채권단 회의를 개최해 금호그룹의 수정 자구계획을 검토·의결할 계획이다. 수정된 자구계획이 산은과 금호그룹 간 협의를 거쳐 마련된 만큼 채권단 내 별다른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