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로페이' 필요한 진짜 이유

머니투데이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19.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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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제로페이' 필요한 진짜 이유


현금과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지급결제시장이 4차산업 혁명을 맞아 현금없는 사회를 모토로 한 모바일결제 중심의 간편 결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한국에 머무르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위쳇페이와 알리페이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페이 사용이 2000조원을 넘어서면서 전기료부터 주차요금 지불까지 일상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미국이나 스웨덴, 노르웨이 등 서구 국가들에서도 모바일페이가 급격하게 대중화되면서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ICT기반과 휴대폰 보급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급결제에 있어 여전히 신용카드가 압도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정부들이 내수 진작과 사업소득의 투명성 확보라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해 왔다.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수납제를 도입하고 소득공제, 영수증 복권제를 통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으며, 나아가 신용카드 미가맹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국가들에서 많이 쓰이지 않는 신용카드가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지급결제 수단의 지위를 획득하게 됐다.



정부의 의도대로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는 내수육성과 사업소득 투명성 확보에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방향은 의외의 문제를 드러냈다. 다양한 지급결제 수단의 발전을 저해했고, 사업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했으며, 정부가 카드수수료 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신용카드 이외의 결제수단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길이 우리나라의 잘 갖춰진 ICT인프라를 활용하고 새로운 기업들도 만들어내며,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급결제수단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고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려고 하는 제로페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제로페이는 단순히 사용편의성이나 소비자 혜택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가맹점(QR)개념의 도입과 어떤 결제사업자도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도입이라는 혁신성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제로페이는 현재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0%대 수수료를 책정했다. 온라인 쇼핑의 급격한 성장과 대형유통마트의 골목상권 잠식 등 구조적 요인과 내수부진, 영업비용 증가 등으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면, 제로페이는 지금까지의 지급결제시장 왜곡을 바로잡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대안 결제수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결제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공공에서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론 제로페이가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어 관치페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제도의 내용과 현재 지급결제 시장이 가진 문제를 조금 더 들여다 보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쉽게 알게 될 것이다. 혹자는 최근의 결제실적 혹은 사용실적을 들어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행된 지 이제 막 3개월이 지난 제로페이를 실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사용자들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제로페이의 취지에 공감한다면, 애정을 가지고 좀 더 지켜보면서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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