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본경제 살린 도시재생의 비밀

머니투데이 강민이 모리빌딩도시기획 서울지사장 2019.04.0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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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이 모리빌딩도시기획 서울지사장강민이 모리빌딩도시기획 서울지사장


최근 일본 부동산시장은 더할 나위 없이 호황이다. 도쿄 도심 프라임 오피스의 공실률은 1%대로 만실에 가깝다. 올해 준공 예정인 신규 프라임오피스의 임대차 계약률도 80%에 달하는 등 오피스 임차 수요도 풍부하다.

도쿄 핵심 5구(치요다구, 주오구, 미나토구, 시부야구, 신주쿠구)에서 시작한 호황은 도쿄와 수도권을 거처 지방 주요 거점도시(오사카, 나고야, 삿포로, 후쿠오카, 요코하마, 센다이)의 공실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도시도 인바운드 관광객의 증가에 힘입어 상업용 토지의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이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대규모 개발계획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외국계 투자금이 적극 유입된 결과다.

일본 정부는 도쿄의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정책하에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헤드쿼터를 유치하기 위해 국가전략특별구역을 지정하고 다양한 규제 완화와 세제혜택 조치를 취해왔다. 또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맞아 도로, 철도 인프라를 정비하고 하네다국제공항에서 주요 도심까지 접근시간을 30분 이내로 단축하겠단 목표를 세워 실행하고 있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려 인프라를 정비하고 규제를 완화하면 지역별로 대규모 개발 계획을 만들어 실제 운영하는 일은 민간종합디벨로퍼의 영역이다. 국가가 정부 예산으로 모든 개발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을 지은 후 운영은 장기간에 걸쳐 계속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개발 자금보다 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수도 있다.

민간종합디벨로퍼는 그 지역과 현지시장을 면밀히 조사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건축 관련 다양한 일을 조율한다. 자금 조달이나 운영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바로 기획단계에서 개발 컨셉을 잡고 마스터플랜을 잡는 일이다.

한국에서는 이 컨셉 수립단계에 주어지는 시간이 매우 짧다. 인허가 등의 변수로 충분한 기획을 할 시간도 부족하다. 법적 조건이 허용하는 한에서 먼저 최대한으로 공간을 구성한 후 그 거대한 면적을 채울 콘텐츠를 뒤늦게 고민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되는 느낌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개발 컨셉과 기능을 정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모든 답은 ‘시장’(마켓)에 있기에 시장조사를 충실히 하고 어떤 장소로 만들지 여러 부서가 함께 집단지성을 이뤄낸다. 컨셉을 만드는 부서 따로 운영하는 부서 따로가 아니다.

일본의 도시재생과 복합개발의 또 다른 특징은 각 지역마다 개발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디벨로퍼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 지역에 기반을 둔 디벨로퍼들이 도시재생을 주도하는데 미츠이부동산은 니혼바시 지역, 미츠비시지쇼는 마루노우치 지역, 모리빌딩은 롯본기와 토라노몬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한다.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활성화에 따른 이익이 기업과 이용자, 지자체에 골고루 돌아간다. 결과적으로 디벨로퍼는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를 더 과감하게 할 수 있고 지자체도 인센티브로 규제를 완화할 명분이 있다.

이렇게 기업의 이윤, 지자체의 세수확보, 이용자의 고객경험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방문객들에 매력 넘치고 사랑받는 지역이나 시설이 되면 유동인구가 증가, 장사하는 임차인의 매출도 자연히 늘어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자체나 정부 측 움직임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른 부서들 간 종합 비전과 세부 전술이 국가전략 차원에서 긴 호흡으로 일관되게 추진돼야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개발이나 보존 어느 한 편의 논리가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가 조율되는 모범사례가 하나둘 쌓여야 비로소 우리 도시의 비전과 경쟁력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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