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기업 13%가 '좀비'…초저금리의 저주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04.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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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도 감당 못하는 부실기업…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다
초저금리 이지머니로 연명…"물가 뛰기 시작하면 치명적"

지난달 2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좀비 축제에서 좀비로 분장한 참가자들. /AFPBBNews=뉴스1지난달 2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좀비 축제에서 좀비로 분장한 참가자들. /AFPBBNews=뉴스1


선진국 기업 10곳 가운데 1곳 이상이 이익을 내기는커녕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CNN방송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선진국 좀비기업은 536개로 전체 조사 대상의 13%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금융위기 때 626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좀비기업이란 시장에서 진즉 사라졌어야 할 부실기업이 시중에 넘쳐나는 돈을 이용해 계속 연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죽었지만 바이러스나 주술사의 주술 등으로 되살아나 사람들을 공격하는 영화 속 캐릭터 좀비와 비슷하다는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CNN은 "지난해 국제 경제가 강세였음에도 좀비기업이 늘어난 것이 놀랍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좀비기업 중가에 대해 "극단적으로 낮은 금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었던 이른바 '이지머니(easy money)'가 넘쳐나면서 부실기업도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15년 12월 정책금리를 올리기 전까지 거의 10년간 정책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했다. 유동성 공급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돈을 찍어 시중 자산을 사들이면서 대차대조표상 연준의 보유자산도 4조5000억달러(약 5093조원)로 늘었다.

마이클 하트넷 BofAML 수석투자전략가는 "지난번(세계금융위기)에는 모두의 이익이 붕괴하면서 좀비기업이 생겨났다면, 이번에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제로로 낮추면서 아무도 망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선진국 좀비기업의 생명연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멈춘데다 유럽과 일본은 아직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래대로라면 망했어야 할 좀비기업이 계속 살아남아 자본과 노동력 등의 자원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또 언젠가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지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 CNN은 "역사적으로 낮은 미국의 실업률과 숙련공 부족이 가파른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면, 연준이 다시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기업이 적절한 금리를 돈을 빌리는 것은 전혀 나쁜 일이 아니지만, 좀비기업은 낭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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