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주총戰 앞둔 항공업계…조양호·박삼구 '조마조마'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2019.03.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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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대한항공·금호산업 사내이사 재선임 앞두고 골머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대한항공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대한항공


주요 항공업계 수장들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고민에 빠졌다. 곳곳에서 악재가 터지면서 주총이 종료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20,950원 ▼100 -0.48%)은 오는 27일 열릴 주총에서 조양호 한진 (20,850원 ▼250 -1.18%)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상정한다. 이달 17일로 임기를 마무리한 조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연임에 도전했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대한항공 정관상 주총 출석주주의 3분의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주총에서 70% 안팎의 주주가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조 회장은 46.7% 수준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측의 대한항공 지분은 33.35% 정도로 이들 표만으로는 조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기에 부족할 수 있다.

조 회장의 경영권 확보 저지를 위한 움직임이 만만찮다. 참여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계는 지분율 약 56%에 달하는 소액주주 상당수의 위임장을 확보했다며 표 대결을 예고했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국내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도 조 회장이 여러 가지 위법 혐의를 받는 점을 이유로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자사 지분율 11.56%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 결정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이날 오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를 열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 중이다. 전날(25일) 한 차례 논의를 진행했지만 찬반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연금 재논의에 앞서 대한항공은 수탁위에서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위원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입장자료를 내고 수탁위 소속 김경률·이상훈 위원이 이해관계 직무의 회피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주식을 보유하거나 위임받은 주주로 활동해 이해관계에 있는 직무 회피 의무 규정을 위반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임성균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임성균 기자
상대적으로 조용히 오는 29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주총을 준비하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갑작스러운 악재에 휩싸였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2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것이다.


그룹 지배구조가 금호고속→금호산업 (4,240원 ▲70 +1.68%)아시아나항공 (10,980원 ▲10 +0.09%)아시아나IDT (16,300원 ▲80 +0.49%)로 이어지고,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전체 연간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충격파는 그룹 전체로 퍼졌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아시아나IDT는 주식시장에서 급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재감사를 받은 끝에 이날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다. 회사 측은 △운용리스항공기 정비 충당금 추가반영 △마일리지 충당금 추가반영 △관계사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등 한정 의견 사유를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정 의견을 받은 날부터 재무 관련 인력이 주말 내내 나와 재감사 일정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한숨은 돌렸지만 박 회장에 대한 여파는 여전히 남았다. 그룹사인 금호산업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한 반대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지난 22일 "박 회장이 개별회사 간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적절하지 못한 의사결정을 할 위험이 있다"며 박 회장 재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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