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공짜 밥 먹으려고"...가짜 SNS인플루언서까지 등장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3.2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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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SNS인플루언서 평가 대가로 공짜 식사 요구하자 가짜까지 등장
고든 램지 "돈 내고 먹고 평가하라"

/사진=고든 램지 SNS./사진=고든 램지 SNS.


스타 셰프 고든 램지가 얼마전 SNS 인플루언서들을 향해 독설을 내뱉었습니다.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자신의 새 레스토랑 개점 행사 자리에서 "인플루언서들은 식당을 평가하기 전에 제발 돈을 먼저 내고 밥을 먹어라"라고 일침을 가한 것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난 인플루언서들을 무서워한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내가 잘못하면 난 맞아도 싸다. 그땐 잘못했다고 쓰면 된다. 그런데 좋은 음식을 두고도 불만이 있다면, 그것 역시 괜찮다"라고 말했습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유명 레스토랑만을 찾아 후기 작성을 빌미로 공짜 음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식당들도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 못하고 쩔쩔매는 상황에 대해 돌직구를 날린 것입니다. 도대체 SNS 인플루언서들은 요식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길래 램지가 화를 낸 것일까요?



공짜밥 먹으려고…가짜 SNS인플루언서까지 등장
며칠전 버즈피드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뉴욕 맨해튼에 사는 한 데이터 엔지니어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인플루언서처럼 보이도록 꾸민 후 뉴욕 고급 레스토랑 10여곳에서 공짜로 밥을 먹고 다녔다는 얘기입니다.

SNS에서 인플루언서로 인정받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장기를 활용해 가짜 인플루언서를 만들 수 있는 알고리즘을 짰습니다. 그가 만든 인스타그램 봇은 알아서 가짜 팔로워를 2만5000명 늘려주고, 전문가들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게시하고, 태그까지 척척 올렸습니다.



값비싼 뉴욕 고급 레스토랑에서 공짜로 식사를 할 수 있다니 분명 솔깃한 얘기입니다. 최근 수십, 수백만명의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들 중 일부가 고급 레스토랑들만 찾아 사진과 후기를 올려줄테니 공짜로 음식을 달라는 요구가 늘어 안그래도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제는 인플루언서 행세까지 하는 사람이 등장해 업계를 혼란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선 과거에도 이런 문제는 있었습니다. 2000년대초반 생겨난 레스토랑 평가 사이트 옐프(Yelp)가 그 원조입니다. 2011년 정점을 끝으로 이젠 하향세이지만, 당시만 해도 평점이 한개씩 오를 때마다 식당들 매출은 급상승했고, 옐프 스탭진들은 '비밀의 엘리트 평가단'이라고 불리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당시 공짜로 음식을 달라는 리뷰어들이 과도하게 늘어나자 식당들의 불만도 커졌고, 결국 평가단을 거부하거나 평점을 신경쓰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은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셈입니다.

미슐렝도 필요없다는 식당들…인플루언서 모시기에 수천만원 투자

/사진=인스타그램 캡처./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고든 램지 같은 유명 셰프나 어느정도 영업이 되는 레스토랑들은 인플루언서들에게 아부할 필요가 없을지 모르지만, 소규모이거나 신생 레스토랑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이들은 공짜로 식사를 제공하고, 비용을 내더라도 자신들의 사업을 홍보하고 싶어합니다.

미 요식업 전문매체 이터(Eater)는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중엔 미국인들이 아예 모르는 곳이 많다고 소개합니다. 대체로 중국 레스토랑들인데, 미국 인터넷상에도, 미슐렝 가이드에도 나오지 않는 데 사람들은 늘 바글바글한 곳들입니다. 이터는 이런 레스토랑들은 중국인들에게 인기인 위챗의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해 고객들로 가득찬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이런 식당들은 개업부터 인플루언서에게 연락해 수백, 수천만원의 비용을 줄테니 제대로 좀 홍보해달라고 요청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로 문연 가게들은 인플루언서에게 연락해 마케팅을 의뢰하는 게 하나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격은 역시 수백만원대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2016년 한 마케팅업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업체는 6.5달러씩 번다고 합니다. 100만원을 인플루언서한테 주면 매출 650만원이 발생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온라인 마케팅업체 미디어킥스는 한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도용한 사진, 가짜 팔로워들을 이용해 가짜 여행 인플루언서 계정을 만든 다음, 호텔이나 레스토랑들에게 공짜로 객실이나 음식을 달라고 연락했습니다. 이 결과 호텔 8곳, 식당 9곳으로부터 제의를 수락하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는 인플루언서들을 얼마나 믿고 있는 걸까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인플루언서와 식당들 어느 쪽이든 먼저 움직여야 할 듯 합니다.

[인싸Eat]"공짜 밥 먹으려고"...가짜 SNS인플루언서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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