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트럼프의 '햄버거 파티'…민주당 비웃는 '쇼'였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3.10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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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트럼프의 햄버거 사랑? 민주당 '그린 뉴딜' 정책 저격하는 노림수…美보수 '햄버거' 총공세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또 햄버거 파티를 열었습니다. 지난 4일 미 대학풋볼 디비전1리그 우승팀을 백악관에 초청해 맥도날드 빅맥 햄버거와 감자튀김 등을 한가득 대접한 것입니다.



앞서 지난 1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학풋볼 전국챔피업십 우승팀을 초청해 햄버거와 피자 파티를 열었는데 벌써 두 번째인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당시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때문에 요리사들이 없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자리였는데, 이번에는 셧다운이라는 변수 없이 왜 햄버거가 만찬 메뉴에 오른 걸까요?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의 햄버거 사랑 때문으로 이유를 댔지만, 사실 이번 햄버거 만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정치 샛별을 저격하려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었습니다.

미 정치권은 지금 정치 아이돌로 떠오른 29세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연방 하원의원(민주·뉴욕)이 뱉은 한마디 때문에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코르테즈 의원은 자신이 최우선으로 밀어붙이는 기후변화 대책 공약인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을 두고 최근 이렇게 말했습니다.



"농축산업을 아예 없애자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채식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매일 아침이나 점심,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지 않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 이것 미 보수층의 분노를 일으킨 것입니다.

그린 뉴딜 정책은 기부변화 대응 차원에서 오는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0)'로 만들고 100% 친환경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만 해도 6조6000억달러(약 7451조원)로 미 연방정부 1년치 예산보다도 훨씬 많은 규모입니다.

그런데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당연히 소를 키우는 농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미국 농·축산업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중 축산농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나 됩니다. 농장주들은 당연히 코르테즈 의원의 발언에 발끈해 공화당을 상대로 대대적인 로비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이 "코르테즈가 미국의 햄버거를 훔치려 한다"면서 '햄버거'를 정치적 도구 삼아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달부터 공화당 의원들은 햄버거를 이용해 대대적으로 그린 뉴딜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사진=콩그레셔널 웨스턴 코커스/사진=콩그레셔널 웨스턴 코커스
지난달 27일 롭 비숍 공화당 하원의원(유타)는 기자회견에서 햄버거를 들고 연설을 했습니다. 그는 "만약 이것(그린 뉴딜)이 통과된다면,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기도 전에 불법이 될 것"이라며 햄버거를 먹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하루뒤인 28일에는 하원 공화당 보수강경파로 구성된 정당집회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의 대표 마크 메도우 의원이 "민주당이 소를 모두 없애면 '칙필레(미국 치킨 전문 패스트푸드업체)'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존 바라소 상원의원(공화·와이오밍) 역시 "미국인이 좋아하는 치즈버거와 밀크쉐이크는 곧 과거의 산물이 될 것이고 수백만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면서 그린 뉴딜 정책을 향해 집중 포화를 쏟아냈습니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은게 트럼프 대통령의 햄버거 쇼인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9일엔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에겐 그린 뉴딜을 통과시키는 게 아주 중요한 일일 것"이라면서 "다른나라는 하지도 않는 비행기, 자동차, 소, 석유, 가스, 군대를 영원히 없애겠다니 아주 멋지다!"고 비꼬았습니다. 지난 2일에는 "텔레비전이 보고 싶으면 앞으로 '여보, 바람이 부는지 확인 좀 해줘요'라고 말해야 할 것"이라면서 100%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그린 뉴딜 정책을 두고 풍력에너지를 예시로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그린 뉴딜은 미친 소리"라는 격한 반응까지 보였습니다.

지난주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을 지낸 세바스찬 고르카 박사가 보수 정책행동 컨퍼런스에서 이런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민주당)이 당신의 햄버거를 뺏길 원한다. 이건 스탈린이 절대 이루지 못했던 꿈이기도 하다."

지난 1일 미 보수매체인 폭스뉴스가 코르테즈 의원이 비서실장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기사로 다루면서 논란을 부추겼습니다. 당시 사진엔 코르테즈 의원과 비서실장이 햄버거를 먹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됐습니다. 보수층은 즉각 코르테즈 의원을 향해 "위선적"이라며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햄버거 만찬은 민주당의 정책을 향해 비웃는 일종의 쇼였던 셈입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햄버거를 만찬 메뉴로 내놓으며 으스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미국 정치권의 햄버거 논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요?

[인싸Eat]트럼프의 '햄버거 파티'…민주당 비웃는 '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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