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한달에 5만잔...깐깐한 이탈리아도 '스벅'에 줄섰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2.2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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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35년만에 '커피 본고장' 진출한 스벅
매장 4곳으로 늘고 주말마다 대기줄
한달에 5만잔씩 팔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이탈리아에 스타벅스가 온다고? 마치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팔거나 이탈리아에 도미노 피자를 팔겠다는 것 같다."

지난해 9월 스타벅스가 '커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 1호점을 냈습니다. 전세계 78개국에 2만5000여개 매장을 가지고, 4시간마다 하나씩 매장을 여는 스타벅스도 여태껏 이탈리아를 공략하지 못했는데, 밀라노에 35년여 만에 진출한 것입니다.

현지에선 냉소 섞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커피에 대한 전통과 자부심이 남다른, '에스프레소'의 이름도 붙여준 콧대 높은 이탈리아인들이 미국 커피 매장에 갈리가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스타벅스를 '인스턴트 커피' 정도로 업신여기고 있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철저한 현지화와 명품 전략을 꺼내 들었습니다. 오래된 우체국 건물을 이용해 유럽 스타일로 매장을 꾸몄고, 매장은 전세계에 2개밖에 없는 프리미엄 브랜드 ‘리저브 로스터리’로 만들었습니다. 2300㎡(약 700평)에 달하는 커다란 매장은 프라푸치노 음료 등 스타벅스의 시그니처 메뉴는 과감하게 빼고, 전세계 30개국에서 공수한 최상급 원두를 직접 볶아 만든 신선한 커피를 위주로 판매했습니다. 스타벅스 매장에선 구경할 수 없었던 티스푼까지 갖추는 등 공을 들였습니다. 여기에 피자와 이탈리아 제빵류도 갖췄습니다.

6개월여가 지난 현재 깐깐한 이탈리아인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이탈리아의 일간지 일 폴리오(Il Foglio)는 지난 17일 스타벅스 1호점이 주말에는 긴 줄 때문에 입장이 힘들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1유로짜리 에스프레소를 즐기던 이탈리아인들에게 스타벅스의 1.8유로짜리 에스프레소는 너무 비싸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이는 기우였습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밀라노에 일반 매장 3곳을 추가로 오픈했습니다. 프리미엄 매장을 제하고 3개 매장에서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두 종류만 한달에 2만잔씩 팔린다고 합니다. 스타벅스측은 1호점 판매량을 비공개하지만, 역시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종류가 한달에 2~3만잔씩 판매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탈리아에서 스타벅스 커피가 한달에 5만잔씩 팔리는 것입니다.

지난 11월에는 프라푸치노 종류는 왜 없냐는 고객들의 성화에 프라푸치노도 메뉴에 추가했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이 스타벅스에 제일 즐겨 먹는 4가지 음료는 단연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그리고 스타벅스의 대표메뉴인 카라멜 마끼아또와 프라푸치노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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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상징이었던 하워드 슐츠 전 회장의 35년 숙원이 마침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입니다. 슐츠는 그동안 "이탈리아는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몇차례 이탈리아 진출 계획을 잡았다가도 완벽한 준비가 안됐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취소했습니다. 그는 "첫 밀라노 여행에서 도시 에스프레소 매장에서 나는 사람 냄새에 매료됐다"며 스타벅스 사업 영감을 이곳에서 받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의 도전은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올해 로마 2곳일 비롯해 베니스, 밀라노 등에 총 10~15개 매장을 늘리겠다는 목표입니다. 미술관 안에 매장을 여는 등 더 철저하고 집요하게 현지를 공략하겠다는 계획도 품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자존심 강한 유럽시장에서 수년간 매출 감소로 고전해 왔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 등에 위치한 83개 직영 매장 운영권을 협력사에 넘겼고, 앞서 2016년에는 독일내 매장들을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가 '커피의 본고장' 이탈리아를 기점으로 다시 유럽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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