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천달러 정품 빈병에 가짜…시간당 3만병 팔리는 中짝퉁 와인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1.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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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中, 한해 200만병 이상 짝퉁 와인 만들어…정품 빈병에 가짜 채우니 전문가도 속아

구하기 힘든 '전설의 와인'을 구경하거나 맛볼 기회가 어느날 나에게 왔다면? 일단은 의심부터 하고 봐야할 듯 합니다. 중국에서 만든 짝퉁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4800만 인구가 와인에 눈을 뜨면서 중국이 가짜 와인의 온상지라는 오명도 같이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짝퉁 업자들은 고가의 한정판 와인의 빈병을 구해 가짜를 채워넣을 정도로 정교해, 전문가들도 깜빡 속아 넘어가고 있습니다.



1시간에 3만병씩 팔리는 中짝퉁 와인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중국의 짝퉁 와인 유통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선 1시간마다 3만병씩 짝퉁 와인이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제품들이 중국을 넘어서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는 겁니다. 와인 대표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도 매년 짝퉁 와인을 적발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러한 짝퉁 시장 규모는 전세계를 통틀어 400억달러(약 44조78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연구진은 짝퉁 와인 유통을 막지 못하면 전세계 와인산업이 입는 직간접적 피해 규모가 2022년 3조1000억달러(약 3464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특히 고가의 와인을 즐기는 수집가들은 짝퉁 와인에 속을 가능성이 더 큰 상황입니다. 협회에 따르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한정판 최고급 와인들을 위주로 짝퉁이 넘쳐나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보르도 와인 중 1등급으로 취급받고 있는 샤토 라피트 로쉴드, 샤토 라투르, 샤토 무통 로쉴드를 비롯해 부르고뉴 지역의 로마네 꽁티 등이 꼽힙니다.

정품 빈병에 가짜 채우니...평론가도 속아서 '100점'
/사진=블룸버그./사진=블룸버그.
짝퉁 와인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진짜 정품 와인병에 가짜 와인을 채우는 것으로 날고 기는 평론가들도 속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합니다. 업자들은 정품 빈병을 암시장에서 개당 1000달러 상당에 구입하는데 한정판 제품의 빈병일 수록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실제 홍콩의 한 경매업체는 2012년 최고급으로 쳐주는 크뤼그 샴페인 1947년산을 1만3500달러에 팔았는데 정작 제조사인 프랑스 LVMH의 주류회사 모에헤네시 에스테이트&와인이 가짜를 팔았다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2010년에는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921년산 샤또 페트뤼스 매그넘에 개인 최고점인 100점을 준 적이 있었는데, 사실 이는 업자가 진짜라고 속이고 그에게 시음을 권한 가짜였습니다. 제조업체측은 실제로 1921 페트뤼스 매그넘은 생산된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두번째는 정품과 똑같이 복제하는 방식이고, 세번째는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방법입니다. '유니콘'은 쉽게 말해 정품과 똑같이 만들지 않고 짝퉁업자 마음대로 글자체나 라벨 디자인 등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짝퉁 중에서도 제일 하급으로 취급받지만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러한 '유니콘'에도 쉽게 속아넘어갈 수 있습니다.

단속하기도, 안하기도 애매한 중국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중국은 최근 몇년사이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적극적인데 정작 짝퉁 와인에 대해서는 단속 의지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7년 중국 산시성은 6000병이 넘는 가짜 와인을 적발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허난성에서는 5만병의 짝퉁 와인이 적발됐는데 이 가치만 해도 86만5000달러(약 9억7000만원)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같은달 중국에서는 호주 와인업체 중 최고로 평가받는 펜폴즈 와인의 짝퉁 제품 1만4000여병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적발되는 짝퉁 와인 중에 프랑스와 호주산 고급 와인 뿐만 아니라 중국산 와인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자국 와인을 프랑스 등과 어깨와 나란히하는 세계화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안간힘입니다. 국영 식품업체 코프코(COFCO)는 '만리장성'이라는 자체 와인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중국은 와인이 주는 고급 이미지를 통해 중국산은 저렴하고 품질이 낮다는 인식을 깨려고 노력 중 입니다. 이 때문에 대대적으로 단속을 할수도,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대신 코프코는 회사내에 짝퉁 적발 전담팀을 운영하며 개별적으로 짝퉁 제품에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와인업체들도 '짝퉁 전쟁' 선포…효과는 '글쎄'
와인 제조업체들도 짝퉁과의 전쟁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이탈리아 시칠리산 와인메이커인 프랭크 코넬리센은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정품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와인 라벨에 QR코드를 삽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기존의 코르크 마개보다 복잡한 방식으로 제조한 검은색 플라스틱 마개를 사용해 와인을 완벽히 봉인하면서도 짝퉁업체들이 따라하기 쉽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슈퍼 토스카나'로 불리는 사시카이아는 자사 제품 유리병에 '사시카이아'를 양각처리하는 방식으로 짝퉁업자들이 흉내내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10여년전 병당 100만달러가 넘는 한정판 제품 2만여병이 가짜로 유통됐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입니다.

이밖에 라벨에 홀로그램을 삽입하거나 고유의 등록번호를 삽입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짝퉁 제품이 과거에 생산된 빈티지 제품들을 타깃으로 성행하고 있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정품 빈병만 구하면 이러한 짝퉁 차단 방법들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버립니다.

와인에 잘못 눈 뜬 중국…업계엔 불신만 가득

[인싸Eat]천달러 정품 빈병에 가짜…시간당 3만병 팔리는 中짝퉁 와인
중국에서 짝퉁 와인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중산층이 와인에 눈을 뜨면서 최근 몇년사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니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짝퉁 시장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내셔널 와인&스피릿 리서치(IWSR)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중국의 와인 소비량은 10억리터에 못미쳤는데 2016년엔 30억리터를 돌파했습니다. 2020년엔 60억리터도 넘어설 전망입니다. 이렇게 와인을 즐기는 인구만 해도 4800만명이 넘습니다. 중국은 아예 2020년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와인 소비국으로 올라설 것으로도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와인업계에는 이제 불신이 팽배하다고 합니다. 와인 수입업자들은 이제는 고가의 희귀 와인을 보면 의심부터 한다고 합니다.

뉴욕 맨해튼에서 와인수입업을 하는 제이미 울프씨는 미국 주류전문매체 바인페어에 "뉴욕 와인씬에서 30여년을 일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들고오는 와인은 무조건 의심부터 한다"면서 "샤토 라투르를 한병 내지 두병씩 들고 오는 사람은 사실상 가짜를 유통한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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