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O·X 선택지 아니다.. 기술 확보 서둘러야"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권혜민 기자, 홍봉진 기자 2019.03.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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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수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설립 10주년 공단, 새 10년 맞아 全종류 방폐물관리계획 수립"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기 앞서 사진촬영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기 앞서 사진촬영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사용후핵연료는 처분할지 말지 O, X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전의 혜택을 누린 현세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 숙제입니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사회적 공론화와 동시에 기술개발도 과감히 도전해야 할 때입니다.”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이사장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공단 창립 10주년을 축하하기 앞서 우리 사회 ‘금기어’ 취급을 받는 사용후핵연료 얘기를 먼저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방사성폐기물(이하 방폐물) 관리 전담기관 수장으로서 책임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로 불리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습식저장시설(수조)에 임시로 보관 중인데 포화 시점이 멀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처분방식을 포함한 종합관리대책을 만들려고 30여년간 노력했으나 아직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차 이사장은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에 대해 “모든 국민이 사명감을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사회적 공론화와 함께 선제적 기술개발도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술이 없으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도 처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기술개발의 영역이 주민 수용성이나 사회적 이슈 탓에 막혀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지난 15일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공단 기금관리센터에서 차 이사장을 만나 방폐물 관리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경영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남대문로5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금관리센터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경영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공단 창립 10주년을 맞은 소회와 앞으로의 과제는.
▶방폐물 관리 전담기관으로 경주 중·저준위 처분장을 유치·건설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재는 처분장 운영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10주년이 됐으면 10대 청소년처럼 더 활발히 뛰어야 한다. 건설·운영 중심으로 진행됐던 원전산업에 해체, 고준위방폐물 처분 등 후행주기가 새 화두로 등장했다. 모든 방폐물이 이슈인 시기다. 앞으로의 10년은 중·저준위부터 극저준위, 고준위 방폐물까지 다양한 핵종·용도 방폐물을 관리해야 하는 도전적인 때가 왔다. 어깨가 무겁다.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방폐물 관리 정책에 대한 사회적 재공론화를 앞두고 있다.
▶고준위방폐물은 결국 수용성 문제다. 공단은 정부가 결정한 정책을 차질없이 집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정책결정 이후 준비를 시작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 되지 않는다. 어떤 시나리오가 되든 간에 반드시 우리가 확보해야 할 기술적인 과제가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도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고려가 많이 있어야 한다.

-공론화 절차와 기술 실증은 별개로 해나가야 한다는 것인가.
▶고준위 방폐물은 이미 발생했기 때문에 처분할까 말까의 O, X의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기술이 없으면 위험성이 커져 사회적 합의만큼 기술개발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보유했다는 기술은 사실 문서상 기술이다. 실제 처분이 이뤄지려면 빨리 도전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감히 진도가 나가야 한다. 방식이나 절차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는 별도로 기술적으로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수준이 있기 때문에 더 미뤄선 해결할 수 없다. 기술개발의 영역이 주민 수용성이나 사회적 이슈 때문에 막혀서는 안된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장 성공사례에서 배울 점은 없나.
▶과거 국책사업이 보상을 기반으로 이뤄진 게 많다. 이 때문에 사업이 왜곡된 사례도 있다. 주민 수용성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지만 결국 소통과 신뢰가 가장 중요히다. 힘들더라도 더 많이 만나고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는 전문가 시각에서 접근해 오해가 많이 일어났다. 이제는 듣는 사람(국민)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설명 방법을 더 개발해야 한다.

-정부가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는데 핵심은 방폐물 처분이다.
▶원전 해체를 처음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이슈가 많이 나올 것이다. 해체폐기물은 중저준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다뤄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절단 방식 등 처분장과 폐기물의 특성을 고려한 해체 과정이 없으면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처음 해체를 할 때는 선행국의 경험을 고려하겠지만, 적극적으로 해체 폐기물을 다루다보면 노하우가 쌓일 것이다. 처분 시스템까지 고려해 전체적인 해체계획이 효율적으로 진행된다면 굉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원전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전문인력 확보도 중요한 문제다.
▶우리 원자력계가 지금까지 원전 건설·운영에만 초점을 맞췄다. 지금 원전해체, 고준위 방폐물 관리 등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정작 이 분야 연구자나 전문인력이 매우 적다. 과거 방폐물을 단순히 비용으로 생각하고 뒤로 미뤄왔기 때문이다. 이제 패러다임 전환해야 한다. 고준위를 포함한 전체 방폐물이 어떻게 관리돼야 할지 사회적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 해체나 폐기물과 관련 후행 분야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임기 중에 완수하고 싶은 과제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방폐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처분까지의 시스템이 갖춰지는 계획을 만드는 게 목표다. 워낙 장기 과제가 많기 때문에 지금은 전체 방향과 윤곽을 어떻게 잡는지가 중요하다. 내부적으로는 공단이 10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조직문화 등이 정착되지 않았다. 공단의 독특한 문화나 조직적인 힘을 구축하고 싶다.

-끝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방폐물을 폐기물이라고 멀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방폐물은 국민 안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모든 국민이 같이 관심을 가져서 해결해야지 멀리 떨어져 구경할 문제가 아니다. 오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풀어야 한다. 우리 세대에서 전기를 펑펑쓰는 혜택을 봐놓고 후대에 골칫거리만 안겨주고 가는 것은 할 일이 아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국민들이 이해하고 동의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알면 알수록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가리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다 밝히는 게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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