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는 한국이 체결한 최초의 FTA로, 중남미 신흥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제는 10년이 넘은 '낡은' 협정이기도 하다. 협상이 진행됐던 2000년대 초반 이후로 양국이 각각 다른 국가들과 통상협정을 체결하면서 경쟁여건이 변화했고, 국제 통상규범도 진전했다. 그 만큼 협정을 손질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2016년 11월 양국이 '개선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지난해 11월 공식협상을 시작한 이유다.
칠레는 2002년 FTA를 타결할 때부터 한국 측 민감 분야인 농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당시 양국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종료 이후에 고추, 마늘, 양파, 쇠고기 등 칠레산 농축산물 약 390개 품목에 대한 관세철폐 문제를 추가 논의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2005년 DDA 협상이 사실상 무산되자 한국 측에 FTA 개선협상을 진행하자고 요구했다.
김기준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교섭관과 펠리페 로페안디아 칠레 외교부 양자경제국장이 28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1차 협상'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2018.11.28/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한-칠레 FTA 외에도 여러 국가들과 개선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 한-아세안 FTA 추가 자유화 협상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2010년 발효한 한-인도 CEPA는 시장 개방보다 경제협력에 무게를 두는 협정으로, 실제 내용은 FTA와 큰 차이가 없다. 양국간 교역규모가 확대되는 데 도움을 줬지만 낮은 자유화율과 엄격한 원산지 기준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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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양국은 2016년 6월 개선협상을 시작해 지난해 12월까지 7차례 공식 협상을 개최했다. 지난해 7월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기성과 패키지에 합의했다. 상품 분야에서 한국은 망고와 농수산 가공식품 등을, 인도는 합성고무·아크릴산 등 석유화학제품과 가공식품시장을 추가 개방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문화·체육 분야 등 서비스 개방을 늘리고 일부 품목의 원산지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한-아세안 FTA의 경우 2017년 6월까지 16차례 열린 이행위원회를 통해 추가 자유화를 추진 중이다. 이 협정은 2007년 효력이 시작됐지만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7년 기준 국내 기업의 한-아세안 FTA 수출 활용률은 47.8%로 FTA 체결국 전체 활용률(70%)에 크게 못 미쳤다. 한국까지 포함한 11개국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다자간 협정인 탓에, 개방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