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워진 日-EU, 한국産 제품 유럽 수출 영향은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02.0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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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통-⑦]일본-EU 간 자유무역협정인 EPA 1일 발효…"단기 영향은 제한적, 장기 경쟁력 확보 노력 필요"

더 가까워진 日-EU, 한국産 제품 유럽 수출 영향은


일본과 유럽연합(EU)간 양자 무역협정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이 1일 발효했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0%, 교역규모의 35.8%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권이 탄생했다.

일본과 EU가 상당수 상호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면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무관세 혜택을 누려오던 한국산 제품의 수출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일본과 한국의 수출품목이 유사한 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일 외신에 따르면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일-EU EPA가 발효했다. EPA는 기존 FTA에 △비즈니스 환경 정비 △국가간 협력 확대 △중소기업 육성 등 양국의 협력 측면을 강조한 무역협정의 한 형태다. 양국은 2013년 4월부터 약 4년간의 협상 끝에 2017년 12월 협정을 최종 타결했고 지난해 7월 정식 서명했다. 지난해 말 각자 국내 비준 절차를 마치면서 이날부터 효력을 갖게 됐다.

협정 발효로 EU로 수출되는 일본산 제품의 96%, 일본으로 수출되는 EU 제품의 86%는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협상 민감품목에 대한 관세는 단계적으로 없앤다. 현재 EU 시장에서 10%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7년 후인 2026년, 14%인 TV 관세는 5년 후인 2024년에 사라지는 식이다. 일본은 EU산 와인에 대한 관세는 즉시 철폐했지만 치즈, 돼지고기 등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양측은 15년 안에 관세철폐율을 각각 99%, 97%까지 끌어올리기로 약속했다.



이 밖에 양측은 인력 이동, 통신, 전자상거래, 해운 등의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공공사업, 병원, 대학 등 정부조달 시장의 문을 연 것도 특징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7월17일(현지시간) 도쿄 총리 관저에서 EU와 경제연대협정(EPA)에 서명한 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AFP=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7월17일(현지시간) 도쿄 총리 관저에서 EU와 경제연대협정(EPA)에 서명한 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AFP=뉴스1
문제는 새 통상협정이 제3국인 한국에 미칠 영향이다. 한국은 2011년 한-EU FTA 발효 이후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다. 그런데 EU가 일본에 높은 수준으로 상품 시장을 개방하면서 일본도 EU시장에서 특혜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EU시장 내에서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진 '라이벌' 일본과 승부를 벌여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EU에 주로 수출하는 품목이 겹친다. 2017년 기준 한국이 유럽에 수출하는 100대 품목 중 일본과 경합하는 품목은 자동차, 기계, 전자 등 총 65개다. 금액으로 따지면 910억8000만달러에 이른다.

특히 우려가 큰 곳은 자동차업계다. 자동차는 2017년 기준 한국의 EU 전체 수출액 중 13.3%, 자동차부품은 5.7%를 차지한다. 각각 수출액 상위 1위, 3위 품목이다. 일본도 수출 비중이 각각 14%, 6.2%로 비슷하다. 일본산 자동차의 경우 현재 10%의 관세가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사라지면, 한국과 동일하게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게 된다. 엔진부품, 타이어 등 자동차부품에 대해 적용하던 최대 4.5%의 관세는 3~5년에 걸쳐 철폐된다.


이밖에 2.7~6.5%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받던 일본산 화학제품, 기계류 등도 혜택을 받게 돼 한국 수출품목과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그동안의 상대적 가격경쟁력을 잃으면서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직접적인 수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일 모두 자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보단 유럽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비중이 높아서다. 일본의 경우 현재 EU 역내 자동차 생산이 151만대로 수출(64만6000대)의 두배가 넘는다. 자동차부품도 현지조달 비중이 높은데다, 기계부문도 기존 공급선을 바꾸기 어려운 특성상 관세인하로 한국산 제품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경합품목의 관세가 철폐되는 데까지 5~7년이 걸리는 만큼 이 기간 동안 중장기적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품의 품질은 높이고, 친환경·스마트화 등 EU에서 새롭게 수요가 늘어나는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상묵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EU-일본 EPA가 우리 수출에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EU에 대한 수출 경쟁력 제고를 준비해야한다"며 "기존의 한-EU FTA 선점효과를 잃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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