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통]'세계 3大 메가 FTA' CPTPP 발효…한국 가입은?

韓 정부, 내년 추가 참여국 가입 조건 마련된 후 가입 여부 결정키로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30일 발효됐다. 이로써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9%, 교역량의 15.2%를 차지하는 세계 3대 경제권이 탄생했다.

30일 외신에 따르면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싱가포르 등 6개국에서 CPTPP가 효력을 갖게 됐다. 이들은 11개 참여국 가운데 지난 10월 말까지 국내 비준을 마쳤다. 11월에 비준한 베트남은 내년 1월 중 효력이 시작된다.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칠레, 페루도 조만간 국내 비준 절차를 거쳐 협정을 발효할 예정이다.

CPTPP의 모태는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이 모여 출범한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력체제(TPSEP)'다. 여기에 2008년 미국이 가입하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새 이름을 달게 됐다. 2013년에는 일본이 참여하면서 12개국으로 규모가 커졌다.

TPP는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미국이 지난해 1월 탈퇴를 선언하면서 TPP도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측됐다. 꺼져가던 불씨는 일본이 되살렸다. TPP의 핵심 조항인 상품 양허 협상 결과는 유지하되 지적재산권·투자 등 부문에서 일부 급진적 조항은 유예하면서 재타결에 성공했다. 이름도 CPTPP로 바꿨다. 3월 정식 서명을 마친 후 각국의 국내 비준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예상보다 이른 올해 말 출범하게 됐다.

협정이 발효된 6개국에선 이날 0시부터 회원국 간 공산품과 농산물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나머지 품목도 최장 21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품목 수 기준으로 자유화 수준이 95~100%에 달한다.

한국도 보호무역주의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CPTPP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13년 11월 TPP에 관심을 표명하고 미국을 포함한 기존 TPP 12개국과 두 차례 예비 양자협상을 진행했다. 올 3월 공식 출범 이후엔 연말까지 가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의견을 들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대외경제장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CPTPP 가입에 대해 "추가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정부가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은 가입시 국내 영향에 대한 이해관계자들 간 의견이 엇갈려서다. 멕시코·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수출 시장 확대를 기대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 일각에선 일본과 자유무역에 따른 따른 부작용을 걱정한다. CPTPP 가입이 사실상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자동차, 소재 분야에서 우려가 크다.

미국의 참여가 끝내 무산된 데다 CPTPP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당장 대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인 점도 가입을 서두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이미 11개 회원국 중 일본, 멕시코를 빼고 9개국과는 양자 FTA를 체결했다. 멕시코는 태평양동맹(PA) 준회원국 가입을 통해 FTA 체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PA는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 중남미 4개국으로 구성된 지역 경제연합이다.

정부는 내년 초 11개 회원국들이 새로운 참여국에 대한 구체적인 승인 절차를 마련하면, 이를 검토한 뒤 가입 여부를 정리할 방침이다.

한국이 CPTPP에 참여하기 위해선 국내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분석, 공청회, 국회보고 등을 마친 후 공식 참여선언을 해야 한다. 이후 11개국과 양자협의를 진행한 뒤 승인을 받아 참여국이 될 수 있다. CPTPP 회원국들은 내년 1월 회의를 열고 추가 가입 조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CPTPP의 연내 가입 여부 결정은 어렵게 됐고, 내년 중 기존 회원국들이 가입 조건을 제시하면 이를 검토해야 한다"며 "국익 최우선과 이익 균형의 원칙으로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입장을 정하겠다는 방침은 그대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