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친중 가속… 中과 남중국해 원유 공동개발 합의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8.11.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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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두테르테 정상회담 갖고 양국 관계 격상… 필리핀 내 여론은 '불만'

필리핀, 친중 가속… 中과 남중국해 원유 공동개발 합의


필리핀이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원유 공동탐사에 합의하는 등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 와중에 확실한 우군과 마주한 시진핑 국가 주석도 모처럼 고무됐다.

21일 외신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관계로 격상한다는 데 합의했다. 양국은 이를 포함해 무역, 투자, 인프라 개발 등 29개 협약에 서명했다. 시 주석은 1박2일 일정의 필리핀 방문을 위해 전날 마닐라에 도착했다. 중국 국가 주석의 필리핀 국빈방문은 2005년 후진타오 전 주석 이후 13년 만이다. 이날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문을 "역사적 순간"이라고 표현했고, 시 주석은 "(이번 방문이) 양국 교류의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6월 취임 후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거리를 두는 대신 경제 협력 기회가 많은 중국과 밀착하는 친중 노선을 걷고 있다.



이번 합의 가운데는 양국이 석유와 가스 개발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가 포함됐다. MOU의 구체적인 내용은 즉각 공개되지 않았지만, 알폰소 쿠시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서필리핀해과 남중국해를 다루는 협약"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과 영유권 분쟁해역에서 원유 공동탐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필리핀 정부가 공동탐사 후보지로 검토해온 영유권 분쟁해역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리드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다. 중국이 2012년 이곳에 있는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를 강제로 점거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년 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지만 두테르테 정부는 경제 협력 등을 위해 중국에 유화적인 대응을 해왔다. 중국과 필리핀은 이번 회담 계기에도 칼리와댐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필리핀 로스바노스에서 마트녹까지 581km 구간 철도 건설 계약, 통화스와프,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인 다바오의 인프라 개발 등에 사인했다.



시 주석은 회담 후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많은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호적인 협의를 통해 논란이 되는 문제들을 관리하고 해양 협력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이 분쟁 수역에 대한 행동 강령을 3년 안에 완성하기 위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중국 관계의 현재 긍정적인 모멘텀에 만족한다"면서 "정부간 신뢰와 믿음이 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 차원의 밀착과 달리 필리핀 여론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다. 특히 남중국해 유전 공동 개발이 필리핀이 배타적 영유권을 주장해온 지역에서 분쟁을 접어두고 이익을 나눠 갖기로 한 것으로 해석돼 필리핀 야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9월 필리핀 여론조사업체 '소셜웨더스테이션(SWS)'가 필리핀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필리핀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답했다. 필리핀이 해군을 증강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 응답자도 86%에 달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중국보다 미국에 대한 신뢰가 더 높다고 답했다.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필리핀 AN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상을 얻는 동시에 잠재적인 분쟁을 피하는 것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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