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통]'韓-아세안 FTA' 있는데…인니·말련과 양자 FTA 추진, 왜?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8.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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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한·ASEAN 다자협정 활용도 떨어져…개별국과 '각개격파' 필요

[알쓸신통]'韓-아세안 FTA' 있는데…인니·말련과 양자 FTA 추진, 왜?


정부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장관과 각각 면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김 본부장은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 속해 있는 두 나라는 이미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FTA'를 통해 한국과 서로 시장을 개방한 지 10년이 넘었다. 2009년엔 서비스협정과 투자협정이 발효돼 빗장이 더 풀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로 인도네시아와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말레이시아와는 FTA를 맺겠다고 나선 것이다. CEPA는 시장 개방보다 경제협력에 무게를 두는 협정으로, 실제 내용은 FTA와 큰 차이가 없다.



정부가 다자 협상을 하면서도 양자 협상에 나선 것은 기존 한-아세안 FTA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다자간 무역협정의 한계 때문이다.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10개국으로 구성된다. 비슷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갖고 상호 협력을 위해 하나로 뭉쳤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11.14/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11.14/사진=뉴스1
한-아세안 FTA의 경우 한국까지 포함한 11개국을 모두 만족시켜야 했기 때문에 개방 수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규제 수준 등 각국의 제반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 자유화도가 낮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탓에 국내 기업들의 FTA 활용도도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한·아세안 FTA의 수출 활용률은 47.8%로 FTA 체결국 전체 활용률(70%)보다 낮았다. 그래서 기존 한·아세안 FTA의 추가 자유화 협상도 진행 중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세안과 FTA를 체결하고 있는 일본은 아세안 10개국 중 7개국과 양자 FTA를 체결하고 있다. 아세안 시장을 묶어서 접근하는 동시에 '각개격파'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이 양자 FTA를 맺은 곳은 베트남, 싱가포르 2개국 뿐이다. 일본과의 시장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인도네시아는 2억5500만명의 세계 4위, 아세안 최대 인구를 보유한 국가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전략적으로 상품 시장을 개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는 풍부한 팜오일·천연가스·희토류 등을 가진 에너지·자원 부국이다. 산업협력을 통해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상호보완적 교역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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