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기관 공식입장 없다" 연구기관 향해 정무위 '질타'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2018.10.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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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최저임금·금리 등 견해 질의에 "전문 의견" 즉답 않자…유의동 "국민이 이해할 답 줘라"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출연 23개 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출연 23개 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8일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금리 동결 등 이슈에 '공식입장' 답변을 꺼리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 및 출연연구기관들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무위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인사 및 연구기관 23곳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각종 경제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는 기관 원장과 성경륭 경인사 이사장에게 현안 이슈에 대한 공식입장을 물었다.



질문은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나왔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게 "국책연구원은 정부정책이 제대로 가는지 바로잡아야 하는데, 소득주도성장이 공격받을 때 KDI 원장은 적극 해명을 해봤느냐"고 물었다.

최 원장은 "공식적으로는 정부정책을 방어하기보다 정책적으로 보완한다"며 "(소득주도성장 관련) 공식입장을 낸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최 의원은 "거시경제정책을 연구하는 KDI의 공식입장이 없느냐"고 성 이사장을 향해 물었다. 성 이사장은 "현 정부가 추구하는 성장전략 중 KDI는 혁신성장 중심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포용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주문했다"며 "아마 KDI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공식입장을 말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KDI가 지난 6월1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며 "이게 KDI 공식입장인가"라고 물었다.

최 원장은 "공식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KDI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있고 저는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김정훈 한국당 의원과도 공식입장을 두고 논쟁을 이어갔다. 김정훈 의원은 최 원장에게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최 원장은 "금리는 복잡한 주제로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원장은 경제학 교수 출신이지 않느냐"며 "원리적 차원의 이야기로 금리를 인상한다는 전제하에 경기가 위축될 수 있지 않느냐"고 거듭 물었다. 최 원장은 "민감한 주제로 이해해달라"며 "부분적으로 경기가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경기 영향을 받으며 가계소득이 줄 수 있지 않느냐"며 "원론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원론도 복잡하다"고 답해 현장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결국 김 의원은 "좀 소신을 갖고 하라"며 "학자 출신이 그렇게 소신도 없이 이럴거면 왜 국감장에 앉아있느냐"고 질타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같은 상황을 두고 "국민을 위한 싱크탱크가 국감에서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할 답을 줘야하지 않느냐"며 "현학적 자세로 경기 영향을 물었을 때 복잡한 결과를 준 것이라고 답을 피하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연구기관)은 한 정권, 한 정치인을 위한 곳들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해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성 이사장에게 연구기관의 '공식입장' 부분을 재확인했다. 민 위원장은 "정부 국책연구기관에선 보고서 발간시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붙이거나, 별도 언급은 없지만 사실상 공식입장 같은 보고서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성 이사장은 "연구하는 입장에선 공식입장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면서 "전문연구자가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 최고수준의 역량으로 발표하는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연구원의 공식입장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합동연구나 특정주제에 대해 개별연구기관 또는 다수 연구기관이 장시간 연구하고 토론해서 공식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지만 대부분 연구는 각 연구원별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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